국내 4대 금융지주 연간 당기순이익 15조원 상회
이자이익만 40조원 육박···고금리 속 이자장사 비판
금융당국, 배당 자제·사회적 책임 이행 강조
업계 "어느 때처럼 자축할 수 없는 상황···사회 환원 방식 고민 중"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이익이 확대되면서 4대 금융지주의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당기순이익만 사상 최대인 15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번 실적이 고금리 속 이자장사로 대규모 이익을 거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금융당국의 사회환원 압박이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15조850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도 14조8860억원의 최대 순익을 거두면서 실적 갱신을 했는데 이보다 9646억원 증가한 규모다.
지주사별로 보면 신한금융이 4조6423억원으로 3년 만에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5.5% 증가한 규모다. 이어 KB금융(4조4133억원) 하나금융(3억6257억원) 우리금융(3조169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지주사들의 실적 향상의 가장 큰 이유로 이자이익 증가를 꼽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계·기업 대출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며 이자이익이 대폭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이자이익만 약 40조원에 육박했다.
국내 경제가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주사들의 실적 향상은 이자장사 결과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계와 기업에 가중된 이자부담으로 올린 성과인 만큼 은행이 공적인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 거세게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는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배당 자제 및 사회환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의 실적 발표 시작 전날인 지난 6일 과도한 주주환원과 성과급 잔치를 경고했다. 대신 은행이 독과점 형태로 수익을 내는 만큼 사회적 역할에 무게를 더 둘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갔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도 "은행들이 발생 이익의 3분의 1을 주주에게 환원하고 3분의 1을 성과급으로 한다면 최소한 3분의 1 정도는 우리 국민 내지는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들에게 3고 현상(고금리·고물가·고환율)에 따라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달라는 의미다. 특히 외환위기 때 대규모 공적자금이 은행권에 수혈됐고 엄격한 법적 인가요건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사실상 독과점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당국의 압박과 여론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에도 그다지 반색하지 않는 분위기다. 금리 상승으로 실적을 매년 갱신하는 만큼 취약층에 대한 고통 분담과 경기 악화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가 강조될 수밖에 없다. 당분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도 많은 수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도 여느 때처럼 자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이익을 어떻게 사회에 환원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