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행사 시기 바이오 업계에 본격 도래···유동성 비상
CB발행과 신규투자액은 감소··· 소액 주주와 갈등 빚기도

/사진=셔터스톡,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사채권자가 현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 시기가 바이오 업계에  본격적으로 다가오며 유동성 경고등이 짙어졌다. 전환사채(CB)발행과 신규투자액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위기에 내몰릴 기업이 대거 등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바이넥스, 메드팩토, HLB사이언스, 넥스턴바이오, 이오플로우 등이 지난 1월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에 따라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를 했다. 바이넥스는 지난 1월 6일 각각 10억과 15억 규모의 두 차례 공시를 진행했다. 총규모는 25억 원이다. 메드팩토에도 같은 달 16일 700억 원 규모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가 있었다. 

풋옵션은 만기일 도래 전에 사채권자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다. CB는 발행 후 특정 시기가 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달린 채권으로,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CB 발행 시점 대비 바이오 업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해당 사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해도 실익이 없으리라 판단한 채권자가 원리금 회수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다. 

문제는 올해부터 풋옵션 행사가 가능해지는 바이오 기업도 많다는 점이다. 진원생명과학, 바이오로그디바이스, HLB제약, 뷰노, 비보존제약, 카나리아바이오 등이다. 싸이토젠과 제테마는 올해부터 각각 4회차와 8회차 CB의 풋옵션 행사가 가능하다. 싸이토젠의 해당 규모는 약 295억 원, 제테마는 568억 원이다. 싸이토젠과 제테마를 포함해 현재 대부분 상장 바이오 주가가 CB 발행 당시보다 떨어진 상황임을 고려할 때, 풋옵션 가능 시기가 오면 사채권자의 현금 상환 요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바이오 기업이 CB를 발행해 조달한 금액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2020~2021년 발행한 CB 총액은 3조1649억 원이다. 당시 바이오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았기 때문이다. 이는 2015~2019년 5년간 발행한 CB 총액인 2조5900억 원보다 22%가량 많은 금액이다. 2020년 3년 만기로 설계된 CB 만기 시기가 다가오고, 만기나 남았더라도 풋옵션 행사 시기가 올해 본격적으로 도래할 전망이다. 

반면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바이오의료분야 벤처투자는 1조1058억 원으로 전년도 1조6770억 원 대비 34.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어려워졌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12개로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문턱이 높아졌다. CB 발행도 대폭 줄었다. 금융당국의 전환가액 상향 리픽싱 의무화 등 CB 발행 규제 강화와 전반적인 바이오 업계 성과 부진 등의 영향이다. 

주가 부진에 따라 소액 주주와 마찰을 빚는 회사도 속속 등장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소액 주주의 눈치를 많이 본다”라며 “사실 외국 학회 참석 등이 의미가 크지 않은 것이라도, 소액 주주에게 성과를 보이기 위해 관련 자료를 낼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소액 주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바이오 VC 전용 펀드를 결성한 LSK, BNH, 데일리파트너스 등에서 자금 운용에 나설 것이라는 점, 미국 금리 인상 중단 기대감 등이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자금조달의 문제를 겪는 바이오 기업의 경우 어떻게 ‘버틸’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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