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4월 말 예정된 자진상폐 앞두고 1위 자리 호시탐탐
시총 3위 싸움도 치열···실적·주주환원, 판도 바꿀 요인으로 지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증권사 시가총액 판도가 올 들어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장주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던 미래에셋증권이 메리츠증권에 1위를 종종 내주는 상황이 종종 나오고 있고, 한국금융지주·NH투자·삼성증권 간의 시가총액 3위 자리싸움도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실적과 주주환원 노력 등에 따라 올해 증권주의 운명도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증권업종 시가총액 1위는 4조3318억원을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이다. 2위는 시가총액 4조654억원의 메리츠증권이었다. 두 증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2664억원으로 상황에 따라 1거래일 만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사정권에 접어들었다. 

이미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메리츠증권에 대장주 자리를 여러 차례 내준 바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 3조8378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해 미래에셋증권의 3조7412억원을 넘어서 증권업종 1위로 올라섰다. 올해 1월 2일과 18일, 19일, 20일에도 메리츠증권의 시가총액이 미래에셋증권을 앞섰다.

미래에셋증권은 옛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법인이 출범한 2017년 1월 이후 증권업종 대장주를 유지해왔다. 국내 1위 자기자본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여왔던 것이 투심에 반영된 결과였다. 2021년 4월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기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한국금융지주의 ‘삼일천하’로 끝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리츠증권이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메리츠증권이 시가총액 1위 자리 싸움을 벌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호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업황 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8281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 기준 1위에 해당한다. 영업이익의 경우 창사 이후 처음이자 증권사 중 유일하게 1조원을 넘기는 기록도 남겼다.

여기에 지난해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에 원동력이 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11월 메리츠증권의 완전 자회사 편입을 통해 주주환원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는데 이에 반응해 메리츠증권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실제 메리츠증권의 주가는 해당 발표가 있기 직전 거래일 대비 44% 상승했다.

다만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의 1위 싸움은 오는 4월 말에 종료될 전망이다. 메리츠증권이 메리츠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가 되면서 오는 4월 25일 상장폐지가 예정된 까닭이다.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이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메리츠증권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에서는 시가총액 3위 싸움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날 종가 기준 한국금융지주가 3조5218억원의 시가총액으로 업계 3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이 3조1674억원, 삼성증권이 3조719억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한국금융지주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시가총액 격차가 크지 않다는 측면에서 실적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으로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는 평가다. 올해 역시 증권업황이 좋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 대비 높은 리스크 관리 역량과 실적,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보인다면 차별화된 주가 흐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가 여전하고 증시 거래대금 회복도 더딘 상태라는 점에서 실적 차별화에 성공할 경우 주목도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금리 정점론과 STO(토큰증권발행) 등 새로운 호재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까지 더해진다면 투자자들의 호응도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밝혔다.

9일 종가 기준 상위 10개 종목. 단위=백만원. / 표=정승아 디자이너.
단위=백만원. 9일 종가 기준 상위 10개 종목. / 표=정승아 디자이너.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