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영업손실 208억원···연간 매출도 회사 가이던스 하회
1분기 실적 전망도 암울···미니LED 시장 커져야 반등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기업 서울반도체가 지난해 2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서울반도체의 연간 기준 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8년(영업손실 280억원) 이후 14년 만으로 회사는 전방시장 부진으로 올해 1분기 매출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황 악화 속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증가세를 기록 중인 미니LED 시장 확대가 실적 개선 관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1조1105억원으로 전년(1조3010억원) 대비 14.6% 감소했고, 수익성은 적자로 돌아섰다고 9일 공시했다. 지난해 매출은 회사 가이던스에 미달하는 수치다.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11월 연간 매출 전망치를 1조1145억~1조1250억원 수준으로 제시했으나 최하단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457억원, 영업손실은 83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1.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4분기 매출 역시 회사 가이던스(2600억~2800억원)를 5% 이상 밑돌았다.
서울반도체의 지난해 실적 부진 원인은 소비 위축으로 LED 응용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제품 출하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4분기 서울반도체 가동률은 60%로 전년 동기(72%) 대비 12%포인트 낮아졌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TV, 스마트폰, 모니터, 태블릿 PC 시장이 꺾이는 추세인데, 서울반도체 매출에서 IT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가장 높다. 부품 재고 소진 여파로 21%의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조명용 LED 수요도 급감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지난해 IT 전방산업 재고 조정이 연중 이어지고 지역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도 특이 변수로 작용했다”며 “실수요 회복 시점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1분기 실적 전망도 어둡다. 서울반도체가 제시한 1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2300억~2500억원으로 전년 동기(2876억원)보다 최대 20% 감소한 수치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심화에 소비심리 회복이 더뎌 전방시장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 부진 속에 서울반도체 실적 돌파구는 미니LED 영역이다. 미니LED는 100~20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칩을 활용해 휘도를 개선하는 기술로 TV, 모니터, 태블릿 PC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미니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해 2164만대에서 올해 2447만대로 13.1% 증가할 전망이다. 내년 출하량 전망치는 3023만대로 올해보다 23.5% 추가 성장한단 예측이다. DSCC는 기존 IT 제품 외에도 자동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기기에서도 활용도가 늘어나 이 기술을 적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반도체가 지난 2012년에 개발한 ‘와이캅(Wicop)’ 특허는 미니LED 핵심 기술이다. 패키징 공정 없이 LED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부착해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고 광 밀도와 열 전도율도 높다. 서울반도체 매출에서 미니LED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추산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만큼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단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미니LED와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으로 IT 기기당 LED 채택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원가 절감과 프로세스 재점검을 기반으로 90 이상의 연색지수(CRI), 150lm/W(루멘/와트) 이상 밝기인 2세대 LED 성과 창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