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흥·양주 최근 3개월 새 거래량 급증
11월 규제지역 해제 이후 마피 물건에 수요 몰려
가격 저렴하고 교통 호재 기대감···매물 선점 나서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부동산 시장 침체 여파로 분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권을 내놓는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특히 서울과 인접한 지역 중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교통망 개선이 예상되는 곳에선 분양권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생각한 수요자들이 매물 선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경기부동산포털 부동산거래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경기도 시·군 내에서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가장 많았던 지역 1~3위는 부천시(65건)·시흥시(55건)·양주시(43건) 순이었다. 세 곳의 거래량은 경기도 전체(401건)의 41%를 차지한다. 부천시의 경우 전년 동기(5건)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월평균 3~5건에 머물다가 12월(25건)을 기점으로 거래량이 늘었다. 시흥시도 지난해만 해도 거래량이 평균 2건에 머물렀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증가했다.
기간을 최근 3개월로 확대하면 양주시의 거래량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평균 20건을 기록하던 거래량은 11월 143건으로 급증했고 12월에도 67건을 기록했다. 두 달 동안 거래한 매물이 양주시 작년 전체 거래 건수(416건) 중 52%(210건)를 차지했다. 올해도 저가 매수가 이어지며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양새다.
세 지역은 서울과 가까운 지역 중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분양권은 입주가 진행 중이거나 앞둔 단지에서 나온 것으로 대부분 4년 전 분양가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며 경기도 내 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는 2019년 초 426만원에서 작년 말 503만원까지 올랐다. 단순 계산해도 분양권을 매입한다면 최근 분양 단지보다 20% 저렴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13일 규제지역 해제 이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것도 거래가 활성화된 요인이다.
분양권은 최근 가격이 더 떨어졌다. 주택 시장 침체로 인해 마피 물건이 속출하면서다. 실제로 부천시 범박동 ‘부천일루미스테이트’는 전용면적 84㎡ 분양권이 4억2700만원(18층)에 거래됐다. 분양권 가격이 2019년 청약 당시 분양가(5억2000만~5억3000만원) 보다 1억원 낮다. 분양 직후 웃돈이 최고 1억원 가량 붙어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저렴해진 셈이다.
양주에선 마피 매수 수요가 몰리며 한 아파트 단지 내 분양권이 3개월 새 200건이 거래되기도 했다. 옥정동 ‘양주 옥정신도시 디에트르 프레스티지’는 지난해 11월에만 120건의 분양권 거래가 이뤄졌고 12월 54건, 지난달 26건으로 이어졌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전용 84㎡는 분양권 최저 실거래가격이 3억3330만원을 기록했다. 2019년 11월 분양 당시 가격(3억458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최고 2640만원인 발코니 확장 비용과 취득세 등을 감안하면 저렴한 금액이다. 이곳은 당초 입주자 선정 날로부터 3년간 전매가 금지됐지만 지난해 11월 13일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서 대거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시흥에선 지난달 거래된 분양권이 모두 장곡동 ‘유승한내들퍼스트파크’에서 나왔다. 이달 거래량까지 합치면 지금까지 61건이 거래됐다. 전용 84㎡ 기준 분양권은 4억1790만원까지 떨어졌다. 2019년 공급 당시 분양가가 분양가는 4억2000만~4억3000만원 수준으로 청약 경쟁률이 평균 30.3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 호재가 있다는 점도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요인이다. 부천에는 GTX-B 노선이 기존 서울 지하철 7호선과 연계될 예정이다. 양주신도시엔 지하철 7호선 연장선 옥정중앙역과 GTX-C노선 신설이 계획돼 있다. 시흥은 신안산선이 개통되면 여의도 등 서울 도심까지 25분대 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가격이 바닥에 근접했다고 생각한 수요자들이 지하철 연장 등 호재를 염두에 두고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규제지역 해제로 전매 제한이 대거 풀리면서 시세를 반영한 분양권 거래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분양권이 활발한 지역은 서울과 인접하면서도 교통 호재가 기대되는 곳이다”며 “평소에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전매 제한이 풀리고 마피가 형성되면서 실수요는 물론 투자자들까지 몰리는 분위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