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시동 꺼짐 현상 이어 이번엔 하이브리드 모델서 계기판 꺼짐 현상 발생
연이은 결함 문제로 계약 취소 이어질 가능성도···최근 취소 물량 늘면서 한 달 만에 출고하는 고객도 있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내놓은 대표 세단 ‘디 올 뉴 그랜저’가 최근 계기판 꺼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신형 그랜저는 시동 꺼짐 현상이 나타나 무상수리를 진행한 바 있는데, 이번엔 계기판이 꺼지는 문제까지 발견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디 올 뉴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에서 갑작스레 계기판이 꺼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최근 그랜저를 구입한 회사원 이 아무개씨(39세)는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사고 200㎞도 타지 않았는데, 달리던 도중 갑자기 계기판이 꺼져서 놀랐다”며 “시동을 껐다 켰는데도 계기판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랜저 계기판 꺼짐 현상은 최근 온라인 동호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주행 중 계기판이 꺼졌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으며, 내비게이션 화면이 꺼지는 현상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계기판 꺼짐 현상에 대해 보고된 바는 없다”며 “추후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그랜저 결함 논란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신형 그랜저는 출시한 지 한 달 만에 시동 꺼짐과 엔진회전수(RPM) 불안정 등 각종 품질 문제가 제기됐으며, 이에 따라 2.5 GDI 엔진을 탑재한 4818대에 대해 무상수리를 진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그랜저 결함 문제가 불거지면서 취소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최근 신형 그랜저의 경우 취소 물량이 증가하면서 출고 기간이 앞당겨진 상태다. 현대차 영업점에 따르면 이달 그랜저 평균 출고 대기기간은 2.5 가솔린 모델은 8개월, 하이브리드는 10개월로 전월대비 1~2개월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실제 출고 대기기간은 이보다 더 짧아진 상태다. 지난해 그랜저를 계약한 한 고객은 “작년 10월 계약 후 대기 물량이 많아 올해 연말에나 차를 받아볼 수 있다고 했는데, 최근 영업사원한테 전화가 와서 다음 달 출고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취소 물량이 많아지면서 빠르면 계약 후 한 달 만에 차를 받아보는 고객들도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측은 “출고기간 축소는 고금리로 인한 취소 물량 증가와 반도체 수급난 해소에 따른 생산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그랜저는 여전히 높은 주문량을 보이고 있으며, 취소 물량으로 인한 출고 시기가 짧아지는 것은 일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인해 자동차 할부금액이 오르면서 실질 차 구매가격이 오르게 되자, 자동차 구매를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또 신형 그랜저 계약자 중 상당수가 구형 모델을 계약하고 차를 기다리던 도중 신형으로 전환됐는데, 신형이 나오면서 차 가격이 수백만원 오른 데다, 고금리까지 겹치면서 가격 인상 폭이 커져 차량 구매를 포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최근 그랜저에서 결함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취소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에선 풀체인지나 신차가 나오자마자 사면 베타 테스터라는 말이 있다”며 “신차 출시 때 결함이 없도록 제조사에서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