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계장미 안전진단 통과, 강남권 한신서래·삼풍·수서 신동아 등도 재건축 추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 문턱이 낮아지면서 재건축을 추진하는 사업장이 늘고 있다. 공사비 증액이나 미분양 증가 등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사업에 발을 들이기 위해 모금을 하거나 안전진단 절차 밟기에 나선 것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위한 기금 모금을 시작했다. 준비위는 오는 5월까지 기금 모금을 완료하고 10월 말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또한 마찬가지다. 1992년 준공돼 올해로 31년차를 맞은 이 단지는 최근 소유주를 상대로 예비안전진단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다. 강남구 안전진단자문위원회의 조사 결과 구조적으로 내구성이 많이 저하돼있고 균열이 생기며 콘크리트 탈락이 발견된 영향이다. 또한 내진설계가 안 돼 있다는 점, 소방차 진입이 어려워 재난에 취약한 점, 기계설비 장비와 배관 등의 노후도에 따른 개보수 등이 문제로 지적된 점을 앞세워 안전진단에 속도를 내게 됐다.
이처럼 준공 30년 넘은 단지들이 근래에 재건축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예년 대비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용이하도록 정부가 조건을 완화한 영향이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올 초부터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및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 수립지침을 개정해 시행 중이다.
그동안 안전진단 절차는 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조건부 재건축 범위도 조정했다. 그간 평가점수가 30~55점 이하면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으나, 조건부 재건축 범위를 45~55점 이하로 조정해 45점 이하는 즉시 재건축 받도록 판정범위를 합리화했다. 1차 안전진단에서 지자체의 별도 요구가 없다면 적정성 검사는 생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재건축 평가항목 배점 비중도 달라졌다. 구조안전성 비중이 50%에서 30%로 낮아졌고, 정성평가에 해당하는 주거환경(15%), 설비노후도(25%) 비중이 각 30%로 상향됐다.
실제 조건부 재건축 범위가 달라지면서 노원구 하계동 장미아파트의 경우 결과도 달라졌다. 당초 이곳은 약 2년 전인 지난 2021년 3월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이후 같은해 11월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했고, 22년 4월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 평가 점수 52.07점으로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D등급을 받았다. 이는 조건부 재건축이 가능한 등급으로,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그러나 최근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완화되며, 이달 초 노원구청은 적정성 검토 불필요하다는 결정을 추진위 측에 재통지했다.
하계장미를 비롯해 서울 등 수도권에서 최근 안전진단 절차를 통과한 사업장도 연이어 나오며 재건축 사업장으로 이목도 집중되는 모습이다. 노원구는 지난달 상계주공 1·2·6단지 등 4개 단지를 기존 조건부 재건축에서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해 통보했고, 양천구도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3·5·7·10·12·14단지 등 7개 단지에 대한 안전진단 평가를 재건축 확정으로 변경, 통보했다. 송파구 재건축 대장 중 하나인 올림픽훼밀리타운도 최근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으나 집값 상승 등 시장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전진단 이후에도 긴 절차가 남은 데다 고금리, 부동산시장 침체로 정비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특히 목동은 토지거래허가제 탓에 거래 활성화가 원천적으로 어렵다”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