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식품원료에 대체육 포함하는 제도화 착수
국내 대체육 스타트업 시장 진입·투자 '파란불'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세포배양 식품도 식품 원료로 인정하기로 했다. 최근 대체육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자 시장의 성장과 소비자의 니즈에 맞춰 규제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시장 개방 움직임에 국내 대체육 개발 스타트업 업계에 파란불이 켜졌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가 최근 식품 원료 범위를 대체육 등 신기술을 적용한 미래식품까지 확대하기 위한 제도화에 착수했다. 환경보호·동물복지 등의 흐름과 함께 미래식품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그간 식품 원료는 농·축·수산물 등으로 한정돼 기술 발전과 시장 진입이 어려웠다. 식약처는 배양육에 대한 안전성 평가와 제조·가공 가이드라인, 대체단백질 식품의 정의, 명칭, 유형 등 관리체계도 함께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영국 바클레이즈은행에 따르면 2019년 140억달러(한화 17조6000만원) 규모였던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29년 1400억달러(한화 175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무려 글로벌 육류 시장의 10% 수준이다. 2030년까지는 전 세계 육류 시장 중 30%, 2040년까지는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일찍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해 제품화에 한계가 있었다. 시장의 성장 속도와 달리 산업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국내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가 운영하는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는 국내 최초로 식물성 고기를 개발해 국내 시장에 제조·판매하고 있다. 언리미트는 축산업계 반발로 '식물성 고기'라는 명칭을 쓸 수 없다. '곡류가공품', '두류가공품' 등 카테고리로 분류되지만, 대형마트 등에 납품할 때는 육류로 취급해 '육가공제조업'에 필요한 대장균 검사 등이 필수다. 불명확한 규정에 비용과 시간이 배로 드는 셈이다.
그러나 2년 전부터 SK그룹이 퍼펙트데이, 네이처스 파인드, 미스트리팜 등 해외 스타트업에 총 15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올 초 'CES 2023'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푸드테크 스타트업 퍼펙트데이가 만든 대체유 아이스크림을 직접 시식한 후 호평하기도 했다.
식약처의 제도화 움직임은 업계 관심이 커지면서 본격화됐다. 식약처의 이번 조치로 국내 대체육 스타트업들의 시장 진입이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325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금을 확보한 지구인컴퍼니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초기 투자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장 흐름에 따라 향후 대체육 분야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독도새우 배양에 이어 갑각류 등 해산물 배양육을 개발하는 셀미트는 지난해 4월 약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금 154억원을 확보했다.
동물 근육에서 뽑아낸 줄기세포를 배양액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대체육을 개발하는 스페이스에프도 지난해 8월 7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했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의 혁신사업인 알케미스트 프로젝트의 인공 에코푸드(배양육) 부문에 선정돼 5년간 200억원을 지원받아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밖에도 해조류 기반 배양육 개발하는 씨위드가 1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마블링을 구현하는 티센바이오팜이 22억원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