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킹덤 IP셀 조직도 폐지

이지훈 데브시스터즈 대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지훈 데브시스터즈 대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데브시스터즈가 마이쿠키런의 팬플랫폼 중단에 이어 자회사 스튜디오킹덤에 소속된 쿠키런IP셀도 해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3분기까지 ‘쿠키런’ 지적재산권(IP)의 영향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급작스레 관련 조직을 정리하면서 주먹구구식 경영에 직원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데브시스터즈는 출범한지 1년도 지나지 않은 킹덤IP셀을 정리했다. 킹덤IP셀은 쿠키런 IP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웹툰, 상품 등을 만들기 위해 조직된 팀이다. 지난해 하반기 스튜디오킹덤 내 소속된 팀으로 만들어졌으나, 별다른 로드맵 없이 진행되다가 올해 들어 해체됐다.

이에 따라 셀에 소속된 10여 명은 다른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하도록 개별 면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 IP 관련 조직 잇달아 정리···“내부면접 불합격하면 퇴사”

앞서 구조조정 대상이 된 팬플랫폼 마이쿠키런은 쿠키런 IP 기반의 오리지널 웹툰과 상품 등을 판매하는 사업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마이쿠키런 소속 직원 전체인 40명에게 해고 당일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IP 개발팀마저 해체됐다. 

데브시스터즈는 “구성원들이 다른 프로젝트나 부서로 이동해 쿠키런 IP의 성장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수 있도록 개별 면담과 절차를 안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부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면접을 통해 팀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현재 내부 TO가 거의 없고, 팀마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어 사실상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내부 면접은 형식뿐인 절차”라며 “면접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개인의 무능으로 치부해 스스로 나가게 한다”고 전했다. 

또 이번에 중단된 프로젝트는 IP 확장 등 신사업을 담당해 다른 게임 프로젝트로 옮기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 개발을 담당하는 프로그래머는 유관 업무를 맡게 될 기회가 있지만, IP 확장을 위해 신설된 조직의 특성상 옮길만한 부서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직원들 입장에선 전문성을 살리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캐릭터의 아트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경우 고유의 그림체가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사실상 퇴사 수순을 밟아야 한다”며 “본인의 경력을 위해 스스로 퇴사를 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정리대상인 직원들에겐 3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키런 스토어 메인화면 /사진=쿠키런 스토어 갈무리
쿠키런 스토어 메인화면 /사진=쿠키런 스토어 갈무리

◇ IP 확장 강조했지만···급작스런 중단에 ‘비판’

데브시스터즈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IP 사업 조직을 정리하는 이유는 저조한 사업성과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데브시스터즈는 마이쿠키런, 킹덤IP셀 외에도 지난해 하반기 쿠키런키즈를 정리했으며, 쿠키런IP 전용 유튜브 운영을 목표로 했던 영상미디어그룹 등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마이쿠키런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61만원, 영업손실 24억원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내지 못했다. 영업손실이 매출의 1490배다.  

마이쿠키런의 팬 플랫폼 사업을 접으면서 상품 판매 사이트인 ‘쿠키런 스토어’ 운영도 불투명해졌다. 지난해 4월 데브시스터즈는 팬 플랫폼 사업으로 콘텐츠 채널, 상품 판매, 커뮤니티 등을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상품 판매 사이트인 쿠키런 스토어를 공개했다. 현재 38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스토어를 닫는 건 아니다. 쿠키런IP를 확장하려는 회사의 목표는 동일하다”며 “다른 부서에서 쿠키런의 게임 외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게임업계에서 프로젝트 중단은 비일비재하나, 통보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최근까지 IP 확장을 강조한 만큼 급작스러운 결정이란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부에선 조용히 이직을 준비하는 직원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데브시스터즈가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쿠키런 IP의 상품,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쿠키런 스토어'를 신규 런칭해 IP 확장에도 힘쓰고 있다. 앞으로 '쿠키런' IP를 활용한 다양한 IP 관련 사업을 진행하며 세계적으로 쿠키런 IP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명시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도 IP 확장에 대한 의지를 밝힌만큼 사업 정리 전에 구성원과의 소통이 있어야 했다”며 “IP 확장 가능성을 위해 IP 관련 프로젝트를 중단한 것은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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