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 통해 국산차와 수입차 차이 둬
가격·직영서비스센터·V2L·주행거리 등 차등 적용···100% 받는 곳 사실상 현대차·기아 뿐
수입차, 보조금 필요 없는 대형·고급 전기차 확대하며 활로 모색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는 모습. /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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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올해 국내 전기자동차 보조금 관련 국산차와 수입차 브랜드 간 격차가 커지면서, 수입차 브랜드들이 보조금이 필요없는 대형·고급차에 집중할 예정이다.

수입차 프리미엄을 앞세워 보조금 없이도 제품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면서, 국산차와 차별화를 노릴 방침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확정하며, 국산차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올해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을 통해 100%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기아 뿐이다.

정부는 우선 차량 기본가격이 5700만원 미만인 차량에는 보조금 전액을, 5700만~8500만원 미만에는 절반을, 8500만원을 넘는 차량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1회충전시 주행거리 차등 구간도 기존 400㎞에서 올해는 450㎞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에는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및 정비 이력 전산관리 여부 등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보조금을 최대 20%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자동차 제작사가 직영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정비 이력 전산관리 시스템을 운영할 경우 1등급으로 구분해 100% 보조금을 지급한다.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전산시스템이 있으면 2등급으로 90%를, 서비스센터는 있는데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3등급으로 80% 지급한다.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선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제작사가 직접 정비 인력을 교육하면 협력업체 운영 서비스센터도 직영서비스센터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양방향 충전시스템 ‘V2L’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와 최근 3년 내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제조사에 각각 2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현재 V2L이 적용된 차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뿐이며, 3년내 급속충전기 100기 이상 설치한 수입차 브랜드는 테슬라와 벤츠 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보조금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전기차 보조금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아울러 저공해차 보급 목표제 대상 10개 제작사가 보급 목표를 달성하면 140만원을 지원한다. 10개 제작사는 현대차·기아·쌍용차·르노코리아·한국GM 등 완성차 5곳과 벤츠·BMW·폴크스바겐·토요타·혼다 등 수입차 5곳이다.

이에 따라 국산차와 수입차간 전기차 보조금은 최대 400만원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보조금 차이가 커지면서 수입차 브랜드는 올해 보조금이 적용되는 대중화 모델보다는 보조금이 없는 대형·고급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 과거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산차 대비 프리미엄을 강조해 성장한 것처럼 전기차에서도 같은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 벤츠 EQS SUV·폴스타3·Q8 e-트론·리릭 등 대형 전기차 연내 출시

EQS SUV. / 사진=벤츠코리아
EQS SUV. / 사진=벤츠코리아

국내 수입차 1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국내 최초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QS SUV’를 지난달 국내 출시했다. EQS SUV는 가격이 1억원이 넘어 보조금을 받지 못하지만, 벤츠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앞세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EQS SUV는 3210㎜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축간거리)를 바탕으로 최대 7명이 탈 수 있으며, 1회 충전시 주행거리도 최대 459㎞로 넉넉해 고급 패밀리카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이미 벤츠는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 없이도 제품 경쟁력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 전기차 판매는 5006대였으며, 이 중 1억원이 넘는 고가 전기차는 2752대로 절반이 넘었다.

폴스타3. / 사진=폴스타
폴스타3. / 사진=폴스타

폴스타도 올해 3분기 대형 전기 SUV ‘폴스타3’를 출시할 계획이다. 폴스타3는 전장 4900㎜, 휠베이스 2985㎜, 전폭 2120㎜ 크기의 5인승 대형 전기 SUV다. 최대 517마력의 성능에 111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610㎞(WLTP 기준) 주행거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내에선 티맵과 공동 개발한 정밀도로지도(HD 맵)가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해외 판매 가격이 8만9900유로(약 1억2500만원)에 달해 국내에서도 1억원이 넘는 가격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스타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으며, 폴스타2가 단일 전기차 모델 기준 수입차 최다 판매(테슬라 제외)를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올해에는 폴스타3를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에도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캐딜락 전기차 리릭. / 사진=캐딜락코리아
캐딜락 전기차 리릭. / 사진=캐딜락코리아

캐딜락도 올해 첫 전기차 ‘리릭’을 국내 출시한다. 리릭은 전장 4996㎜, 전폭 1977㎜, 전고 1623㎜, 휠베이스 3094㎜의 대형차로 100kWh급 배터리를 탑재해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40Nm의 힘을 발휘한다.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약 502㎞(EPA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은 미국에선 약 7200만원대부터 시작하며, 국내에선 8000만~9000만원대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아우디도 올해 하반기 ‘Q8 e-트론’을 출시할 예정이다. Q8 e-트론은 기존 ‘e-트론’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로, 이름이 바뀌고 배터리 성능이 개선됐다.

앞서 아우디는 국내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 중 선제적으로 e-트론을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아우디는 지난 2021년 e-트론에 힘입어 전기차 1553대를 판매하며 테슬라에 이어 수입차 판매 2위를 차지했다. e-트론은 전기차 초창기에 보조금 없이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만큼, 올해도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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