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추위, 차기 회장에 임종룡 내정
금융위원장, 농협금융지주 회장 모두 역임
내부통제 강화, 증권사 인수 등 ‘숙제’

임종룡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사진=금융위원회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임 내정자는 정부와 시장 모두에서 뛰어난 성과를 남긴 보기 드문 금융전문가다. 그는 관료 시절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했으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맡으면서는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등 우리금융 개혁을 위한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위기 때마다 등장한 ‘소방수’···최연소 농협금융지주 회장 기록도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3일 회의를 열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차기 지주 회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임 내정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선임 의결과 대표이사 선임을 거치면 차기 회장으로 3년간 임기를 시작한다.

임 내정자는 1959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오리건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을 거쳤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대형 경제위기 때마다 수습을 위한 대책 실무를 맡았다. 

치밀하고 헌신적으로 업무 처리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1차관을 맡을 당시 "썰물 때 둑을 쌓아야 밀물 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로 자본 유출입 변동성을 제한하는 3종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 또 2009년 11월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회의 도중 부친이 위독하다는 전갈에도 얘기를 꺼내지 못하다 임종을 놓친 일화도 회자된다.

2013년에는 최연소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자리에 올랐다. 임기 동안 농협중앙회와 금융 계열사 사이를 잘 조율하며 지배구조를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임기 중 우리투자증권 인수라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중앙회를 잘 설득해 가장 유력 후보였던 KB금융지주를 따돌리고 우리투자증권을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농협금융은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은 크게 강화됐다. 

민간 금융사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덕에 2015년 3월 금융위원장에 임명돼 금융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두 곳에 예비인가를 내줘 23년 만의 새 은행 탄생을 주도했고,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22년 만에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했다. 또 경영난에 빠진 해운·조선업종에 구조조정도 이끌었다. 2년 임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물러난 후엔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맡았다. 

◇내부통제 개선이 ‘최우선’···비은행 강화도 숙제

야인에서 대형 금융지주 수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우리금융 내부통제부터 강화해야 한다. 그간 우리금융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대규모 횡령 사건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임추위도 최종 후보 3인을 대상으로 한 면접에서 내부통제 개선방안에 관한 질문을 쏟아낸 것으로 전해진다.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도 수습해야 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잇달아 중징계를 받은 탓에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외부 출신으로 조직 수장을 맡은 만큼 기존 임원들이 동요할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취임 후 안정과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취하는 세심한 인사가 필요하다. 

노조와의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우리금융 노조는 임 후보자가 차기 회장 유력 후보자로 부상할 때부터 ‘관치금융’이라며 그의 임명을 강하게 반대했다. 당장 임 내정자의 출근 반대 시위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를 달성한지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관 출신 인사가 그룹 지휘봉을 잡았기에 임 내정자 임명에 대한 반대 투쟁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농협금융 회장 시절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했던 경험이 있어 문제가 쉽게 해결될 가능성도 있다. 농협금융 수장에 내정되자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임 후보자는 출근 후 첫 행보를 노조와의 면담으로 잡는 등 관계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당시 노조위원장은 임 후보자를 만난 이후 “우리의 말을 경청하려는 태도를 보였다”라고 밝히는 등 입장을 바꿨다. 금융권에선 임 후보자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증권사 인수도 풀어야할 실타래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운데 유일하게 증권 계열사가 없다. 이에 은행과 비은행 계열사 간의 시너지효과가 잘 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매해마다 M&A에 나섰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이뤄냈던 능력을 발휘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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