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유감"···3심까지 갈듯
IPO도 계속 미뤄질 전망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교보생명 풋옵션 가격을 부당하게 산정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들과 어피니티 파트너스를 비롯한 재무적 투자자들(FI)이 2심 재판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번 선고로 교보생명과 FI간의 분쟁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1부는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피니티 주요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 과정에서 공정시장가치(FMV)를 부풀리기 위해 어피니티와 안진 측이 공모한 혐의에 대해 1심과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어피니티와 안진이 244건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가치평가 의뢰 당시부터 평가방법, 평가인자는 물론 주당 최종단가, 수시산정 결과 값까지 공모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뢰인과 평가자 사이 의견교환 대상이 검찰 주장처럼 오로지 착수 전 또는 착수 초기에 기본적 사안 기초적 사항에 국한된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평가자와 의뢰자 중 누가 먼저 제안했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인회계사의 전문적 판단 거쳤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 나온 증거만으론 오로지 어피니티의 지시를 안진의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판단 없이 그대로 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유감스럽다”면서 “부적절한 공모 혐의가 분명히 있음에도 증거가 다소 부족한 것이 반영된 결론”이라고 밝혔다. 소송이 길어지는 만큼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도 계속 미뤄질 전망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초 IPO를 위해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요 주주인 FI와 분쟁을 겪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분쟁은 지난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FI로서 교보생명 지분을 1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FI는 투자의 조건으로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에 실패할 경우 신 회장에게 주식을 공정시장가치에 팔 수 있는 권리인 풋옵션을 확보했다. 이후 신 회장은 IPO를 추진했지만 약속된 기한을 넘겼다. 이에 어피니티는 지난 2018년 10월 주당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이 이 가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양 측은 분쟁에 돌입했다.
1심 재판부는 안진회계법인이 사용하지 않은 다른 시장가치 평가 방법을 동원하면 42만9000원이라는 가격까지 나온다며 안진과 어피니티가 의도적으로 고평가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다. 다만 국제 중재판정부(ICC)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어피니티 측이 제시한 풋옵션 가격 41만원을 수락할 의무가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