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3월 인적분할 후 갤러리아 분리상장 예정
홀로서기 김동선, 신사업에 집중···유통 부문 힘 싣는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한화그룹이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삼형제의 경영권을 둘러싼 그룹 개편을 일찌감치 마무리하며 차기 승계 구도를 그렸다. 지난해부터 한화그룹은 사업재편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오는 3월 한화갤러리아가 독립법인으로 가장 먼저 분리한다. 홀로서기에 나서는 삼남 김동선 본부장은 호텔·유통 부문 중에서도 ‘식품’에 애정을 쏟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는 3월 한화갤러리아의 상장을 시작으로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이 경영일선에 본격 나설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김 본부장은 삼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신사업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임시 이사회를 열고 갤러리아 부문을 인적분할하고 첨단소재 부문의 일부 사업(자동차 경량 소재와 EVA 시트)을 물적분할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분할로 한화솔루션 주주는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갤러리아 부문은 오는 3월1일 인적분할 후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유통업과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신규상장은 3월31일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화솔루션은 최근 주주배정 우선주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조달금액은 총 493억원으로 목표액이였던 576억원에는 못 미쳤지만, 우선주 시가총액이 50억원 이상이여야 한다는 신규상장 심사요건은 충족시켰다. 한화솔루션은 9(한화솔루션)대1(한화갤러리아) 비율로 나눴기 때문에 현재 430억원대의 시가총액으로는 갤러리아가 상장 요건을 채울 수 없다. 다만 한화가 구주주 배정물량 100%에 20%를 추가 청약하면서 요건을 채웠다.
유통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인적분할은 곧 3세 경영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화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태양광·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을,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이 금융 사업, 김동선 본부장이 유통 부문을 맡는 식으로 업무를 나눴다.
특히 김 본부장은 지난해부터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갤러리아에 힘을 실었다. 갤러리아는 한화솔루션의 백화점 사업 부문으로서 모기업의 도움으로 실적 개선에도 성공했다. 한화갤러리아는 합병 이후 2021년 매출 5147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932%나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갤러리아 매출은 2558억원, 영업이익은 126억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표 햄버거 브랜드인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사업권을 획득해 업계 주목을 받았다. 파이브가이즈 론칭은 김 본부장이 갤러리아에서 신사업을 맡은 후 처음 내놓은 결과물이다. 파이브가이즈는 미국 현지의 맛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것을 프랜차이즈 사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국내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브랜드 도입을 위한 초기 기획부터 계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사업 추진의 전과정에서 미국을 수차례 오가며 계약을 성사시켰다.
여기에 김 본부장은 지난 20일까지 열린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처음으로 김동관 부회장, 김동원 부사장과 함께 참석해 글로벌기업 CEO들을 만나 비즈니스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최근 글로벌 식품시장을 중심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친환경, 건강, 지속가능성에 대해 관련 기업들과의 미팅도 진행했다.
다보스포럼 참석 직후 김 본부장은 스페인으로 향한 후 세비아 북부 시에라 모레나 국립공원 내 이베리코 농장을 찾았다. 이는 한화가 직접 운영하는 농장으로, 스페인 현지에서 이베리코 농장을 직영하는 국내 기업은 한화가 유일하다. 갤러리아는 올 하반기 김 본부장의 의지를 반영해 이곳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이베리코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만 본업인 갤러리아 백화점 부문은 경쟁사 대비 소극적으로 경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갤러리아는 2019년 면세점 사업을 정리하고, 2020년 갤러리아백화점 광교점을 출점한 이후 신규 점포나 투자를 단행하지 않았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에도 동탄점을, 신세계백화점은 대구신세계점을, 현대백화점은 판교, 더현대서울 등을 신규 오픈했다. 김 본부장이 우선적으로 식품 분야에 힘을 쏟고 있지만 백화점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갤러리아백화점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시설 ‘고메이 494’, VIP플랫폼 ‘메종 갤러리아’와 같은 프리미엄 콘텐츠 발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 부동산 등 신규 영역의 투자도 단행하고 프리미엄 리테일 분야를 강화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 사업은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한편, 리테일 사업 다각화와 신규 프리미엄 콘텐츠 개발 등으로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