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에 배당성향도 2%p 올려···자사주 매입도 결정
4대 금융지주, 배당성향 28%까지 올리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BNK금융지주가 역대급 배당 규모를 결정하면서 나머지 금융지주의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특히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지난해 순익이 지방금융지주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사상 최대의 배당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최근 지난해 회계기준 결산배당으로 주당 625원씩 총 2028억원을 결정했다. 직전 연도 배당금 대비 12% 급증한 규모다. 지난 2011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된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시가배당율은 8.6%를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배당성향이다. BNK금융은 지난해 배당성향을 직전 연도 대비 2%포인트 늘어난 25%로 결정했다. 실적이 늘어 배당규모가 확대된 것뿐만 아니라 당기순익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도 늘린 것이다. 더구나 이날 BNK금융은 160억원 규모의 자사주도 매입했다. 이를 고려하면 작년 당기순익 가운데 주주에게 돌아간 몫의 비중은 27%에 달한다.
BNK금융의 작년 당기순익은 8102억원(연결·지배지분)으로 1년 전과 비교해 6% 증가했다. 시장의 예상치(8339억원)엔 미치지 못했지만 역대 최대 실적이다. BNK의 호실적은 핵심 사업인 은행 계열사 덕분이었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익은 455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3.2% 급증했다. 경남은행도 같은 기간 21% 급증한 279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두 은행 모두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작성했다. 이에 지주로 배당금도 직전 해 대비 14% 늘어난 총 3550억원을 보냈다. 그 결과 BNK는 외부 주주에 지급하는 배당을 위한 대규모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BNK금융이 역대급 배당을 할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는 금융당국의 태도 전환이다. 지난해 11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 애널리스트와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은행·금융지주의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및 가격 결정 등에 금융권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존중하고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이 코로나 사태가 터진 후 줄곧 은행의 배당 확대를 경계한 행보와 대조되는 발언이다. 이에 시장에선 금융지주의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더구나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가 금융지주를 상대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한 점도 BNK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단 관측도 나온다. 얼라인은 지난달 초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주는 대출자산 성장을 위해 자본을 소진하지 말고 배당, 자사주 매입에 우선 투입해 주주환원율을 50%까지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융지주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주주 제안 등을 포함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BNK가 신호탄을 쏘아올린 만큼 대형 금융지주들도 역대급 배당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 4대 금융지주는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 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신한금융은 지난 2020년 대규모 유상증자 후 부진을 겪은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 금융지주 최초로 분기배당을 정례화하는 등 주주가치 극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더구나 대형 금융지주는 올해 실적이 지방금융지주보다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 컨센서스는 16조5513억원으로 전년(14조5426억원)보다 1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신한 4조9635억원, KB 4조7814억원, 하나 3조6711억원, 우리 3조1353억원 순이다. 4대 금융지주 중 신한, KB, 하나는 지난 2021년 배당성향을 26%로 정했고, 우리금융은 25.29%였다. BNK 금융처럼 배당성향을 2%포인트씩 올린다면 KB는 주당 3436원 규모의 배당(중간배당 포함)을 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는 신한도 2620원이 넘는 수준의 총 주당 배당금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4대 금융지주는 이미 배당성향이 지방금융지주보다 높은 수준이기에 BNK만큼 상향 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구나 당국은 배당 자율화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금융지주의 손실흡수력 저하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을 가지고 있다. 최근 특별대손준비금을 쌓으라고 금융지주와 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담은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금융지주가 알아서 눈치를 보고 적당한 수준으로 배당성향을 결정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주요 금융지주들의 손실흡수력은 높은 수준이기에 배당을 늘릴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올해 우려가 큰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과 주주가치 극대화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배당을 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