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인상에도 전기요금 인상 압력 여전···한전 사상 최대 적자 주요인
정부, 현행법상 전기료 인상 불가 판단···“법적 강제성 없는 부분, 문제없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한국전력공사 적자 상황을 봤을 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전기료 부담 경감 차원에서 재정지원에 나설지 관심을 모은다. 재정당국은 현행법상 지원할 수 없단 입장이지만 정부가 강제성 있는 규정이 아닌 부분을 과대 해석한 판단이란 분석이 나온다. 치솟는 공공요금으로 국민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전 적자분 대부분을 전기료로 메우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4인가구 평균 월 전기요금 부담액은 월 5만2000원 수준에서 5만7000원 대로 4022원 늘어난다. 각 가정은 이달부터 인상된 전기료 고지서를 받게 된다.
정부는 연간 전기요금 인상 적정액을 kWh당 51.6원으로 본다. 올 1분기 요금 인상폭은 1년치의 4분의 1정도로 앞으로도 전기요금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늘어난 전기료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 제2의 난방비 폭탄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기료 인상 요인 중 가장 큰 부분은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한국전력공사의 경영 악화에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분기까지 21조8000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4분기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면서 연간 적자액이 사상 최대인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올 1분기 전기료를 올렸지만 적자 규모를 감안할 때 추가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지난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다. 인상 요인은 있으며 정부 협의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적자 문제를 전기요금 인상으로만 메우긴 어려운 현실이다. 한전은 출자 지분과 부동산 매각, 해외사업 구조조정 등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적자를 메우긴 역부족인 현실이다. 최근엔 한전 회사채 발행 한도를 확대하면서 빚으로 빚을 갚는 형국으로 가고 있다.
이에 한전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 재정지원이 불가피하단 지적이 나온다. 한전 빚을 전기료 인상으로만 감당하기엔 국민 부담이 너무 크단 것이다. 하지만, 재정당국은 법적 문제가 있단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기획재정부는 “현행법상 한전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 내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일단 2008년 당시 정부가 2조8000억원 적자가 난 한전에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6680억원을 지원한 전례가 있다. 다만, 이때 앞으로 공기업에 대한 국고 및 예산 보조를 통한 가격 관리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단 부대의견이 첨부됐다. 재정당국은 이 부대 의견을 근거로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야당 관계자는 “부대의견은 법적 강제성은 없다. 기본적으로 정부는 부대 의견을 존중하고 따를 필요는 있지만,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며 “실제 정부가 예산안에 부대의견을 붙여 통과를 시키더라도 안지키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부대의견이 제약 조건은 맞지만 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할 순 없다”고 말했다.
현행 법령에도 지원 근거가 적시돼 있다.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법에는 전기, 가스요금 등 에너지 가격의 안정을 위한 지원 사업에 국가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단 내용이 있다. 이 관계자는 “국가재정법에도 한전에 돈을 투입하면 안된다, 공기업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가가 돈을 투입하면 안된다는 식의 지원을 제한하는 조항은 없다”고 말했다. 명문화된 규정이 아닌 부대의견 만을 갖고 원천적 불가능 조건으로 이해하면 안 된단 지적이다.
기재위 내에서는 한전 적자에 대한 국비 지원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기재위 관계자는 “계속 한전의 적자를 쌓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금 법을 바꿔가며 한전채 한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잇는데 이 경우 자금 경색을 시중은행에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위기를 금융위기로 전이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게 적절한지 살펴봐야 한단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하는데 국고를 털어 한전에 재정지원까지 하는 상황을 정부가 만들고 싶어하지 않는 흐름이 있다”며 “한전 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재정 투입과 가격 현실화, 국민들에 대한 지원 등을 복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