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징계'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우리은행, 당국 상대로 행정소송 검토
불편한 관계 이어지면서 신사업 추진 등 영향 가능성
"M&A 등 신사업 추진 있어 당국 인허가 불가피···현재 상황 지속된다면 부담으로 작용할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최근 우리금융그룹이 금융위원회 신년 대통령 업무보고에 홀로 초대받지 못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차기 회장직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금융그룹 개혁을 놓고 당국과의 기싸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라임 사태)로 기관제재를 받은 우리은행의 경우 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편한 관계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시 업무보고가 금융권의 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었던 좋은 자리였는데 이를 놓치면서 신사업 추진 등에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1일 금융위원회 신년 업무보고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민·관을 통틀어 110여명에 달했지만 우리금융 측 참여 인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업무보고는 금융위의 12대 중점 추진과제를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권에 공유하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 및 육성을 위한 끝장토론 형태로 진행돼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컸다.
특히 주요 금융사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모두 참석하면서 금융권의 목소리를 윤 대통령과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해 4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금융시장 안정과 실물·민생경제 지원, 금융산업 발전 등 금융 전 분야를 중심으로 가감 없는 소통과 의견을 교환했다.
하지만 우리금융그룹은 토론회에 초대받지 못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 등이 참여했지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손 회장은 물론 토론회에 참석할 실무 임원조차도 초청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회장은 물론 실무 임원까지 추가로 참석했다. 신한금융지주는 고석헌 부사장을, KB금융지주는 허인 부회장, 하나금융지주는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추가로 토론회에 참석시킨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처럼 자진 사퇴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초대를 받았다"며 "주요 금융사들은 임원들까지 추가로 참석했는데 우리금융만 제외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를 놓고 업계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잇따라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낸 뒤에야 연임을 포기한 손 회장 등 우리금융그룹에게 경고성 주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손 회장은 용퇴와 별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중징계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와 개인의 명예를 회복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앞서 금융당국은 우리은행의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연임과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우리은행도 금융당국과 법적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000만원의 기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사태 징계 당위성을 놓고 당국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면서 우리금융이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을 위한 향후 증권사 보험사 인수 등 비은행 사업 확대 추진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완전 민영화 원년을 이루고 올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 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합병(M&A) 등 신사업 추진에 있어 당국의 인허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직을 둘러싼 경쟁이 이원덕 우리은행장과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의 양강 구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손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이 행장의 안정적인 경영과 임 전 위원장이 가져올 개혁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맞서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우리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1차 심층 면접을 진행했고 3일 추가 심층 면접을 거쳐 차기 회장 후보를 최종 선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