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소화 가능성···냉각된 시장 분위기 반전엔 한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민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춰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 사흘째를 맞으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중저가 주택이 밀집한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구) 등에서 매물 문의가 잦아지는 것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특례보금자리론이 급매물 중심으로 시장의 매물을 소화하는 데에는 효과가 있을 순 있어도, 냉각된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가격 9억원 이하인 차주에게 소득제한 없이 최대 5억원까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미적용해 대출해주는 정책금융상품이다. 금리는 연 4.25(10년)~4.55%(50년)로 적격대출에 비해 낮으며 최장 50년 만기 대출이 가능하다.
때문에 9억원 미만의 상대적으로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매수 문의가 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매수할 건지, 전세를 더 살 건지를 고민하는 전형적인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에 활용하기 좋은 수단이기 때문에 출시 전후로 문의가 늘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때문에 해당 상품 출시 당일에는 고객이 몰리며 한국주택금융공사 어플리케이션과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접속 지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에서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노원구다. 노원구 아파트의 81%가 9억원 이하로 시세가 형성돼 있고, 실제 지난달 노원구에서 손바뀜이 일어난 39채의 아파트 중 1채를 제외한 38채가 9억원 이하였다. 이외에 ▲도봉구(80%) ▲중랑구(78%) ▲금천구(76%) ▲강북구(74%) ▲구로구(65%) 순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도봉구 창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아직 매매 계약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매수 유인효과는 확실히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소득제한 없이 대출한도의 증가 효과가 있는 만큼 무주택 실수요자 중심으로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집값이 크게 떨어진 지역에 있는 중저가 아파트 등 급매물이 특례보금자리론을 계기로 소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관계자들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더 기다렸다가 매수하려는 심리도 강하기 때문에 특례보금자리론의 효과는 일부 급매물에 한한 제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례보금자리론 활용 용도 중 기존대출 상환에 관심이 쏠려있단 점도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 한계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평도 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주택구입 ▲기존대출 상환 ▲임차보증금 반환 등 세 가지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기존대출을 대환하는 차원의 용도에 문의가 집중돼있다는 말도 있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은 영끌족의 대환 수요가 더 크다고 보는 것이다.
또 다른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문의는 증가하는 추세인데 매수자는 더 낮은 가격을 원하고, 매도자는 지난해보다는 올려 받기를 희망하면서 실제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반적으로 매수심리가 위축돼 있고 재고아파트 거래가 원활하지 않아 특례보금자리론 자체만으로 냉각된 시장에 온기가 돌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