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리어 이어 그랜저·코나에 일자형 램프 적용
미래지향적인 느낌 vs ‘로보캅 눈’ 연상···호불호 갈려
기아 ‘타이거 노즈’, 제네시스 ‘두줄램프·방패형그릴’ 통해 패밀리룩 정립
전기차 시대 맞아 그릴 사라지며 새 패밀리룩 중요도 올라가

새로 바뀐 현대차 패밀리룩.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새로 바뀐 현대차 패밀리룩(왼쪽부터 코나, 스타리아, 그랜저). / 이미지=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새로운 모습의 패밀리룩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 스타리아부터 시작된 그릴 위 일자형 램프 디자인이 그랜저에 이어 코나에도 적용된 가운데, 향후 출시하는 신차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자동차 기업들의 기술 및 품질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차량을 구매할 때 디자인이 중요 요소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패밀리룩은 디자인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통상 자동차 기업들의 경우 브랜드 고유의 패밀리룩을 통해 타사와의 디자인을 구분 짓는 경우가 많다.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만 수십개에 달하는 가운데, 멀리서도 한 눈에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BMW 키드니 그릴이 적용된 뉴 7시리즈. / 사진=BMW
BMW 키드니 그릴이 적용된 뉴 7시리즈. / 사진=BMW

가장 대표적인 패밀리룩은 BMW의 키드니 그릴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일자 가로형 그릴을, 아우디는 싱글프레임, 렉서스는 스핀들 그릴 등을 통해 패밀리룩을 완성했다.

지난 2021년에 퇴사한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그룹 디자인경영담당 사장도 패밀리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바 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 디자인을 총괄할 당시 패밀리룩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며 “브랜드를 보지 않고 디자인만으로 기아 차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고 밝힌 바 있다.

슈라이어 사장이 만든 ‘타이거 노즈(호랑이코)’ 그릴 디자인은 이후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아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았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계승·발전을 거듭해나가면서 국내외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출시한 쏘렌토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의 경우 타이거 노즈 디자인을 이전보다 세련되고 날렵하게 발전시키면서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해엔 그랜저를 제치고 국내 판매 1위를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신형 쏘렌토. / 사진=박성수 기자
신형 쏘렌토. / 사진=박성수 기자

기아 뿐 아니라,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방패형 그릴과 두 줄 램프가 호평을 받으면서 패밀리룩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정작 현대차는 아직까지 마땅한 패밀리룩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현대차가 패밀리룩을 만들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2006년 i30과 i40 컨셉트카를 공개할 다시 현대차는 ‘헥사고날(육각형)’ 그릴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투싼 ix에 디자인을 적용하고, 싼타페DM, 아반떼 MD, 쏘나타 LF 등 새로 나온 신차에도 패밀리룩을 갖춰나갔다.

싼타페 DM. / 사진=연합뉴스
싼타페 DM. / 사진=연합뉴스

그러다 지난 2016년 공개한 i30에서 2세대 그릴 디자인인 ‘캐스캐이딩 그릴’을 새로 선보였다. 캐스캐이딩 그릴은 용광로에서 녹아내리는 쇳물의 모습과 한국 도자기의 곡선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 현대차 측 설명이었다.

새로 바뀐 캐스캐이딩 그릴의 경우 초기엔 디자인을 제대로 정립하지 못해 일명 ‘삼각떼(아반떼AD)’가 탄생하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으며, 이후 출시한 쏘나타도 디자인에서 혹평을 받으며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 이어 최근엔 캐스캐이딩그릴에 파라메트릭 쥬얼 패턴을 추가했지만,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0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차
2020 팰리세이드. / 사진=현대차

이에 현대차는 최근에는 일자형 램프를 적용한 새로운 패밀리룩을 갖춰나가고 있다.

스타리아에서 첫 선을 보인 새 패밀리룩은 그릴 위에 일자형 램프를 배치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끊김없이 연결된 수평형 램프를 통해 높은 기술력과 미래지향적 느낌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출시한 7세대 그랜저와 올해 출시한 2세대 코나에도 해당 디자인이 적용되며 현대차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전히 이번 패밀리룩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마치 ‘로보캅의 눈’을 연상시킨다며 부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고급감성을 높였다고 호평하는 측도 있다.

이제 막 신형 그랜저와 코나 판매가 시작되는 만큼,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추후 판매량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현대차가 새로운 패밀리룩을 만드는 것은 전기차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내연기관차량의 경우 엔진 열을 식혀야 했기 때문에 그릴의 존재가 필수적이었고, 이에 따라 그릴 디자인을 중심으로 패밀리 룩을 완성됐다.

하지만 전기차는 그릴이 필요 없기 때문에 기존 그릴이 있었던 위치에 새로운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현재 그릴 상단 부분에 일자형 램프를 배치해 새로운 디자인 정체성을 정립하면서, 전기차 시대를 맞아 새로운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개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벤츠는 전기차 브랜드 ‘EQ’를 내놓으며 새로운 패밀리룩인 블랙패널 라디에이터그릴과 중앙의 벤츠 삼각별 디자인을 채택했다. BMW는 기존 키드니 그릴을 전기차에서도 이어갈 방침이다.

EQS. / 사진=벤츠코리아
EQS. / 사진=벤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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