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 대상 장기의 특이적 구조·기능 재현한 '오가노이드' 신약 개발 활용
개인별 반응 다른 암 치료에서 활용 가능성 주목···관련 플랫폼 구축 활발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장기 축소판인 오가노이드에 약을 먼저 시험해볼 수 있을까.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개인별 반응이 다른 암 치료에서의 오가노이드 활용 가능성이 떠오른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에서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Organoid)가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란 ‘장기’를 뜻하는 ‘Organ’과 유사함을 뜻하는 접미사 ‘-oid’를 합해 만든 명칭으로, 일종의 미니 장기다. 즉, 실제 장기의 구조 및 기능을 모사(模寫·copy)한 3차원 구조체를 의미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체외에서 만들어진다. 줄기세포는 그 종류에 따라 개체에 있는 모든 조직 세포를 만들 수 있거나, 특정 세포로 분화 가능하다. 이에 줄기세포로 만들어진 오가노이드 역시 실제 장기의 기능을 할 수 있는 분화된 세포와 줄기세포가 장기의 구조를 재현하며 공존하는 것이다.

장기유사체가 되기 위해서 오가노이드는 일반적으로 ▲모사하고자 하는 장기를 이루는 세포로 구성될 것 ▲모사하고자 하는 장기의 특이적 구조를 갖출 것 ▲모사하고자 하는 장기의 특이적 기능을 재현할 것이라는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오가노이드는 특히 신약 개발 과정에서 쓰이는 동물 실험과 세포 주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 받는다. 신약 개발 시 사용하는 기존 생물학 실험 모델인 동물 실험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 윤리적 문제 등이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인체 유래 세포를 2차원 평면 배양 접시 위에 증식시켜 사용하는 세포 주 모델은, 3차원인 실제 인체와 기능적 차이가 컸다.

이에 실제 인체 조직의 구조와 기능을 모사하는 오가노이드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간과 동물 간 차이점 극복이 가능하며, 장기 수준의 3차원 구조를 지니기에 기존 세포 활용 연구보다 생체와 유사한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오가노이드 배양 관련 사진./출처=Jung, Y.H., et al., Drug screening by uniform patient derived colorectal cancer hydro-organoids.
Biomaterials, 2021.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 쉽다는 평을 받는다. 관심 있는 장기만을 축소, 단순화해 구축하기 때문에 실험 접근성이 좋아서다. 또한 질병 기전 규명이 쉽기에 약물 개발 과정에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항암 분야에서 오가노이드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항암제 개발 및 암 환자별 개별 항암제 반응 예측 분야에 유용하게 쓸 수 있어서다. 암은 형태학적, 유전학적 이질성을 지니기 때문에, 같은 암이라도 개인마다 암의 특징이 다르며 암세포마다의 특징도 다르다. 이런 이질성은 같은 항암제라도 환자 개개인 별로 반응률의 차이, 내성 등이 다르게 나타나게 하는 주원인이 된다.

이때 만약 환자로부터 동의를 얻어 제공 받은 환자 유래 오가나이드를 사용한다면, 다양한 치료법을 직접 시도할 필요 없이, 치료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가노이드는 원 조직의 조직학적인 구조적 유사성과 여러 생리학·유전적 특징들을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약물 반응성 평가도 가능하다. 환자 유래 암 오가나이드는 모체 암 조직이 가지고 있는 암세포의 특징을 모사하기 때문이다.

환자별 항암제 평가, 독성 평가 등도 진행 가능하다. 방사선 치료에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임상치료법 연구에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란 전망도 더해진다. 오가노이드를 재생 치료제로 이용하면, 손상 조직에 이식해 직접적인 재생도 유도할 수 있다. 이에 조직 손상을 복구하는 근원적 치료제로도 주목받고 있다.

오가노이드 관련 시장 전망도 밝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19년 6억8940만 달러(8500억 원)에서, 오는 2027년 34억2000만 달러(4조2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기 미국, 영국, 네덜란드에 소재한 연구소 여러 곳은 함께 ‘암 모델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관련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넥스트앤바이오가 오가노이드 기반 신약 개발 및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오가노이드사이언스와 비임상 중개연구 강화를 위한 ‘오가노이드 기반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 및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오가노이드의 유전체 정보를 축적한 연구개발(R&D)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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