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대표 거취 불확실해 정기 인사도 못 하고 사업계획도 못 짜고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 / 사진 = 김용수 기자
구현모 KT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출석 후 법원을 나오고 있다. / 사진 = 김용수 기자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임원들의 계약을 1개월씩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개편을 못한 탓에 사업 방향도 못 짜고 임원 계약도 임시 방편으로 단기로만 연장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내부 임직원들은 불확실성에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2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임원들을 대상으로 다음주 중 임기 1개월짜리 연장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들은 당초 지난해 12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이달까지로 한 차례 임기가 연장된 바 있다. 이어 또다시 1개월 연장 계약을 체결하면서 2월까지 임원직을 유지한다. 

이처럼 KT가 임기 만료 임원들을 대상으로 1개월 연장 계약을 거듭해 체결하는 배경엔 구 대표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 반영됐다. 앞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업자들은 지난해말 각각 인공지능(AI)과 콘텐츠, 전기차(EV) 충전 등 신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반면 KT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등 주요 경영 계획 수립은 대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다. 내부 임직원들은 당장의 업무 성과보다 구 대표의 거취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대표가 연임 확정 전 조직개편을 단행하더라도 CEO 교체 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 KT 임원은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이렇게 되면 본사뿐만 아니라 그룹사까지도 1년 치 농사를 제대로 못하게 되는 셈”이라며 “차라리 본인이 자신 있다면 조직개편을 하고 올해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임원 임기를 매달 1개월 연장하다 보니 임직원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원들 외에 일선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도 “조직개편이 미뤄지면서 현장은 그야말로 ‘놀자판’이다. 개편 후에도 자리를 유지할지 모르는 임원·팀장들과 직원들 사이에서 서로 눈치 보기만 반복 중이다. 위에서 결정을 안 내리다 보니 경쟁사에 비해 회사만 망가지는 상황”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 가운데 구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조한 ‘글로벌 진출을 통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 확장’에 나섰다. KT는 몽골 정부와 '디지털 몽골' 실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구 대표는 몽골의 국가 최고기술경영자(CTO)로 위촉됐다. 

통신업계에선 구 대표가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실패할 경우, 이같은 디지코 전략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간 KT는 신임 CEO 취임 후 전임자의 경영 색채 지우기를 반복해 왔다.

KT 이사회는 지난해말 구 대표를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여권에서도 KT CEO 후보 선정 과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구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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