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 신규 건설 및 계속 운전 적극 추진···고준위 방폐물 관리 법안 논의도 속도
“지역주민 의견 반영, 반경 30km 확대 필요”···“방폐물 관리 위원회, 중앙기관화 바람직”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원전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핵폐기물 처리 대책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도 법안 정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사회적 합의를 탄탄하게 잡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처분시설 완공 시점을 법률로 못 박는 부분에 있어선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원전 정상화를 국정 방향으로 잡고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 신규 건설과 계속 운전에 적극 나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높이겠단 계획이다. 최근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18년 전체 발전량에서 23.4%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 비중은 2030년 32.4%, 2036년 34.6%로 늘어난다. 정부가 계획하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과 신규 원전 건설을 모두 반영한 수치다.

현재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인 원전은 총 5기다. 신한울 2호기와 새울 3·4호기는 2025년 준공 예정이고, 전 정부시절 건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도 공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계속 운전을 앞둔 원전도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월성 2·3·4호기 등 총 10기가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이들 원전의 계속 운전을 신청할 계획이다.

정부는 원전 외에 신재생에너지도 비중을 늘린다. 2018년 6.2%에서 2030년 21.6%, 2036년 30.6%로 확대한다. 다만, 전 정부가 마련한 2030 탄소중립(NDC) 상향안에 비하면 8.6%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 비중은 줄인다.

10차 전기본은 이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를 마치고 전력정책심의회를 통해 최종 확정됐다. 이에 원전 정상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포화 시점이 다가온 방사성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전 활성화 영향으로 방사성 폐기물 발생량 또한 급속히 늘어나면서 저장시설들이 10년 내에 한계에 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이에 방사선 세기가 강한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시설을 확보하고 안전하게 관리, 처분할 방안을 마련할 법적 근거를 담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법안이 마련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재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3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2021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한데 이어 지난해 8월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도 연이어 법안을 내놨다.  이들 법안은 취지와 내용이 비슷해 여야는 지난해 세 개의 법안을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하지만 그간 세부 내용 등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는데, 산자위는 이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공청회를 열고 관련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며 제도 정비의 첫발을 뗐다. 

전문가들은 법안을 마련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용후 핵연료 시설을 확보하는 건 긴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정부나 사업자가 꾸준히 국민, 지역사회와 신뢰를 기반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성공의 전제조건이란 조언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최소한 정부가 사용후 핵연료에 대해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볼 수 있기에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폐기물 처분시설 부지는 과학적 기준을 적용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법안이 처분 시설이 입지할 주민에 대한 지원 사항 위주로 돼 있는데 처분시설에 근무할 직원과 가족이 해당지역에 내려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삶의 질을 보장할 지원체계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며 “지역사회에서는 저장시설 추가가 해당지역의 영구 처분장화 되는 부분을 우려하는데 특별법에 부지내 저장된 핵연료를 언제까지 반출하겠다는 것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2050년까지 처분시설을 확보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눈높이에서 만족할 과학기술적 결론을 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사용 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에 관한) 지역주민 의견 반영도 원전 인근 5km로 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30km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핵폐기물 저장시설 마련을 위한 부지확보와 처분시설 확보 시점을 명시하는 부분에 있어선 의견이 엇갈렸다. 문 교수는 “정부의 의지를 표명한단 차원에서 법령에 구속력 있게 처분시설 운영시점을 명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재학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목표시점의 설정은 필요하지만 표현 방식은 의무조항보다는 지금 탄소중립 관련 법률에서 규정하는 선언적 표현이 돼야 한다”며 “법안에 안전 규제 기관의 책임과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발전용 원자로에 비해 연구용 원자로 사용 해류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데 추가로 고려가 필요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현재 고준위 방폐물을 관리할 위원회의 행적적인 성격에 대해선 “고준위 방폐물관리 위원회가 업무 추진 과정에서 산업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같은 중앙행정기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의 논의가 필요한데 일반 행정위원회로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중앙행정기관 형태의 위원회로 설치하는게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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