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인상에 난방비 폭탄 속출···저소득층 연료비 증가폭 더 커
“단열 없는 집, 옷 겹겹 입고 버텨”···2분기 가스료 추가 인상 예고

설 연휴 직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 사진=최성근 기자
설 연휴 직전 화재가 발생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 사진=최성근 기자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추우면 그냥 이불 싸매고 버텨야죠.”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면서 난방비 부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스요금 등 연료비가 크게 오르면서 고물가로 고통받는 가계 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난방비 폭탄 충격은 저소득층이 가장 크게 받는단 분석이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하소연이 속출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30대 주부 이모씨는 “12월 가스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낀다고 보일러를 틀었는데 난방비가 한 달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나왔다”며 “아이도 있어서 어느정도는 집안을 따뜻하게 해야 하는데 날은 더 추워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개별난방 가구에 적용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도매요금을 매긴 다음 각 지자체가 공급 비용을 감안해 소매요금을 결정한다. 그런데 지난해 글로벌 에너지 수급이 악화하면서 국내 LNG 수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LNG 수입가격은 1255원으로 1년 전(893원)보다 40.5% 급증했다. 또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 기준 전년 대비 5.47%(42.3%) 올랐다. 이는 고스란히 가계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달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전년 같은기간 보다 38.4% 오른 1메가줄 당 19.69원으로 나타났다. 

지역난방에 부과되는 열 요금도 도시가스 요금 인상에 따라 크게 올랐다. 주택용 열 사용요금은 지난해에만 세 차례 인상되며 37.8% 뛰었다. 전기난로나 온풍기 등에 사용하는 전기요금도 급등하면서 시민들이 난방비 인상을 체감하는 정도가 더 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올 2분기 가스요금이 추가로 오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감안해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스공사가 누적 손실이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LNG 수입단가의 경우 작년 가을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다. 

연료비 인상은 특히 저소득층에 더욱 부담을 준단 분석이다. 지난해 1~3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가 전기료와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유, 연탄 등 연료비로 지출한 금액은 월평균 6만6950원으로 전년 대비 12.4% 증가했다. 이는 전체 평균(6.7%)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증가율로 모든 분위를 통틀어 오름폭이 가장 컸다.

주거 환경이 취약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내 한 가옥. / 사진=최성근 기자
주거 환경이 취약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내 한 가옥. / 사진=최성근 기자

최근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취약계층이 겨울나기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설 연휴 직전 화재가 난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 A씨는 “연탄불 하나 의지하면서 생활했는데 그나마 있던 집 마저 잿더미가 돼 막막하다”며 “명절인데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남은 집들도 추위를 나긴 어려운 실정이다. 다른 주민은 “집안 내 단열은 없다고 보면 된다. 추우면 (천장 위에) 뚜껑을 덮거나 건물 외부를 비닐로 두르는 것 외에 해놓는게 없다”며 “살다보니 추위에 적응돼 괜찮은데 요즘처럼 날이 너무 차면 목도리 두르고 옷을 두껍게 입거나 이불을 겹겹이 덥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난방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부분 연탄을 때는 상황이다. 60대 주민 B씨는 “예전에는 기름보일러를 때는 집도 있었지만 난방비가 많이 오르고, 교회 등에서 동네에 무료 연탄 지원도 하면서 대부분 연탄으로 난방을 하고 있다. 날이 많이 추우면 전기장판도 틀고 지낸다”고 말했다.  

정부는 서민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기요금 할인, 에너지 바우처 단가 인상 등을 추진한단 계획이지만 서민 부담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수십년만에 혹한이 닥치는 가운데 난방비가 급등하고 도시가스 요금도 2분기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어 서민들, 없는 분들이 훨씬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책이 실기하는 것은 없는지 챙겨보고 정부에 건의할 것은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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