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했던 은행권 수신금리...기준금리 인상에 상향 조짐
저축은행, 고객 이탈 방지 위한 수신금리 인상 동참 가능성도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주춤했던 은행권의 수신금리 인상 움직임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이 다시 활발해질 경우 저축은행들도 이에 동참할 유인이 높아 금융권 전반에 수신금리 인상 경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11종의 적금과 2종의 예금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신한 알.쏠 적금’의 경우 1년 만기 기준 금리가 0.2%포인트 인상돼 4.65%로 올라섰으며 ‘신한 가맹점스윙적금’ 역시 기존 4.5%에서 0.2%포인트 오른 4.7%로 금리가 인상됐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시장금리를 매일 반영해서 변동되는 일반 예금과 달리 고시금리로 적용되는 적금 등에 그동안 올랐던 시장금리를 반영했다”며 “적금으로 목돈 마련 등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개인 고객들과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들을 위해 일부 상품에 대해 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19일 자유적금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인상했다. 자유적금은 지켜야 하는 납입일이나 납입횟수 제한 없이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적금으로 추가 납입도 가능한 상품이다. 기존 금리에서 0.2~0.3%포인트 금리를 올리면서 현재 최고금리 연 4.7%를 적용한다.

KB국민은행도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신금리 인상 여부와 시기, 폭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은행 예금금리는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최고 연 5%대를 넘어선 바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은행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주문함에 따라 12월 들어 예금금리가 점점 낮아졌고 현재는 5%대 상품을 찾기 힘들어졌다.

잠잠했던 수신금리 인상 조짐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한 이유는 계속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기존 3.25%에서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4월부터 이번달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이다.

올해 들어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연 3%대까지 내려온 반면 일부 은행의 경우 변동형 주담대 상단 금리가 연 8%를 넘어서는 등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만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도 은행들의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겨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이 작년 순이자이익 등 규모에서 어느 정도 여력이 있기에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소속 국회부의장은 지난 11일 예대금리차 수익을 은행이 분기마다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을 지난 11일 대표발의했다. 정 부의장은 “최근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4%포인트 이상 벌어져 국민과 기업의 대출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은행 예대금리차를 확인·감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취지를 밝혔다.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나타낼 경우 저축은행들도 수신금리 상향에 동참할 유인이 높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예·적금 금리를 제공해야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시중은행의 전반적 금리 상승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수신금리 격차가 좁혀지면 저축은행 고객이 시중은행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저축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앞다퉈 인상했던 것은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던 탓”이라며 “은행권의 수신금리가 또 한 번 오름세를 나타낸다면 주춤했던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다시 상승세를 나타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반드시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금리 추이가 빠르게 안정될 경우 지난해만큼의 수신금리 인상 경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20일 연 3.776%를 기록해 지난해 말(4.355%) 대비 0.579%포인트 하락했다. 5년물(AAA·무보증) 금리 역시 지난해 말 4.725%에서 4.104%로 0.621%포인트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는 은행채 금리 등 시장금리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곧 수신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처럼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는 추세가 계속되면 수신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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