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펀드 사태 중징계 당위성 놓고 법정공방 예고
우리은행, 사모펀드 판매정지 3개월과 과태료 76억6000만원 기관 제재 처분
금융위 정례회의서 형평성 언급 및 부당권유 성립 어렵다는 의견 제시
중징계 수용 시 배임 논란 발생···'라임 판매사' KB증권 무죄 판결 '주목'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기관제재를 받은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그룹 안팎에서는 최근 KB증권이 우리은행 중징계의 핵심 사안과 관련해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은행에 대한 라임 징계처분도 법률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중징계 수용 시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도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손 회장 연임 포기와 별개로 우리은행은 라임펀드 사태 중징계 당위성을 두고 금융당국과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사모펀드 신규 판매 3개월 정지와 과태료 76억6000만원의 기관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당국은 손 회장에게도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금융회사 임원의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5단계로 구분된다. 문책 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지난 18일 손 회장은 연임 도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지만 라임 사태 관련 징계 관련해서는 행정소송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리은행도 일관성 있는 대응 전략을 취해 승소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합동 간담회에서 사외이사들은 우리은행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간담회는 사외이사들이 법률 전문가들과 라임펀드 사태 대응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일각에서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행정소송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징계가 확정된 후 90일 이내(다음달 9일)에 조치를 끝내야 하는 만큼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은행이 소송에 무게 추를 싣는 것은 같은 라임 사태에 대해 신한은행보다 더 무거운 징계를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진옥동 전 신한은행장에 대해서는 각각 주의적 경고와 주의 처분의 경징계를 내린 바 있다.

실제 우리은행 징계를 확정지은 제20차 금융위 정례회의에서는 당국의 조치에 대해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의사록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징계수준의 형평성에 대한 언급과 함께 라임펀드 판매를 부당권유로 보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손 회장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모였지만 책임의 경중과 관련해서는 문책경고가 과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송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징계 의결 당시 금융위 정례회의 의사록과 판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당국 징계 수용 시 배임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소송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현재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 권고를 수용해 라임펀드 투자자에게 원금을 모두 돌려준 뒤 신한투자증권(옛 신한금융투자)과 구상권 청구 소송(647억원 규모)을 진행 중인데 징계를 수용해 은행 책임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면 소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징계를 받아들이고 소송을 하지 않으면 구상권 청구 소송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돼 배임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라임펀드 판매사였던 KB증권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받은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 12일 재판부는 KB증권이 라임펀드 자산에 부실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지 않고 판매를 계속했다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당국에서는 KB증권에서 작성한 라임펀드 관련 스트레스 테스트 보고서를 보고 우리은행이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라임펀드를 부당권유 판매한 것에 대해 중징계 처분했다. 라임 중징계의 핵심이자 KB증권의 주요 혐의 중 하나인 '펀드 부실 또는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판매했다'는 것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온 만큼 우리금융도 해당 사안에 대해 소송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 정례회의 과정에서 제시된 의견과 KB증권 무죄 판결 등이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불복 소송을 제기했을 때 유리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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