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조원대 대어 등장에 대형건설사도 주목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의 손꼽히는 리모델링 대장주 단지들이 속속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작구 우·극·신(우성2·3차, 극동, 신동아4차)은 2개월여 전 조합설립총회 이후 구청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고, 5100세대에 이르는 대단지인 중구 남산타운도 올 상반기 중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위해 두 개로 나뉘어있던 추진위원회가 최근 통합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사당동 우성2차, 3차, 극동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초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율(66.7% 이상)을 충족하고 이달 초 관할 동작구청에 조합설립신청서를 접수했다. 추진위는 이르면 내달께 인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과 함께 추진되는 신동아4차는 추진위가 별도로 설립돼있고 주민동의율이 아직 최소요건에 못 미치지만 추후 나머지 3개 단지와 함께 같은 시공사 브랜드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우·극·신은 1993년 준공된 만 30년 된 아파트로 4397세대 규모다. 리모델링 사업비만도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사들이 적극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합은 인가 후 연내에 시공사 선정총회를 열 것을 일정으로 잡고 있다.
이곳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리모델링 단지로는 강북 최대 리모델링 추진지인 중구 남산타운이 꼽힌다. 남산타운은 그동안 리모델링이란 공통의 목표를 추진하면서도 서울형 추진위원회와 주민주도형 준비위원회로 나뉘어져 별개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두 조직이 최근 통합하면서 남산타운 리모델링 통합추진위원회를 발족해 사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각각의 조직이 징구한 리모델링 동의서를 합하면 비율이 50%를 넘어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주민동의율 최소 요건인 66.7%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진위는 올 상반기 중 조합설립을 하고 연내에 시공사까지 선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곳 역시 5150세대에 이르는 대단지로, 임대를 제외한 3116가구에서 467가구를 증축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규모는 1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양천구 목동우성아파트는 최근 진행한 안전진단에서 C등급을 받아 리모델링을 진행할 수 있게 됐고, 마포구 한강삼성아파트도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를 벗어나기 위해 동의서를 징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서울의 상당수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까닭은 사업 속도가 재건축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부각돼서다. 재건축은 주민 7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반면 리모델링은 동의율이 66.7% 이상이면 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 또 준공연한에서도 재건축보다 덜 까다로운 편이다. 30년이 돼야 하는 재건축과 달리 15년 이상이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어서다. 리모델링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등 재건축 시 적용받는 각종 규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임대주택을 건설해야 하는 의무 사항도 없으며 전체 15% 이내에서는 가구 수 증가도 가능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 사업지가 꾸준히 증가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규제가 완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면서 리모델링 신규 추진 유인이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는 이달 3일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 가중치 및 조건부 재건축 기준을 완화할 것이라는 방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재건축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안전진단 평가에서 구조안전성 항목 가중치를 50%에서 30%로 줄이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비중을 30%로 높여 재건축 심사 통과가 더욱 수월하게 변경했다. 또 공공기관 적정성검토를 거쳐야 하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기준도 기존 30~55점에서 45~55점 이하로 완화하며, 45점 이하면 곧장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조건부 재건축의 경우 의무적으로 거쳐야 했던 공공기관 적정성검토가 지자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 제한하기로 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정부 방침 이후 서울 노후단지들의 재건축 추진이 속도를 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리모델링 추진 유인책이 줄어든 모양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