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센트레빌프리제 공사 중단, 동부건설 공사비 증액 요구
서울 주요 재건축 현장 공사비 갈등 장기화···곳곳 사업 파행
올해도 원자잿값 등 증가 예상···“공사 멈추는 사업장 더 늘 것”

청약시장 한파 속 건설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분양에 나설 경우 미분양이 불가피하고, 일정을 미루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재건축 현장 곳곳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가 여전히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일부 사업장에선 공사가 멈추는 등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재연되는 모양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다 공사가 중단됐던 둔촌주공 사태가 재건축 현장 곳곳에서 재연되는 모양새다.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선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던 건설사가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또 다른 사업장에선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언제 공사가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 상황에 놓였다. 올해도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사업 파행을 겪는 사업장이 더욱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신성빌라를 재건축하는 ‘방배센트레빌프리제’는 이달 초 공사가 멈췄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이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사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이곳은 지상 2~6층, 90가구(일반분양 23가구) 규모 단지다. 2021년 12월 착공에 돌입해 공사진행률 40%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장에서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과 대립을 세운 적은 많았지만 공사 중단까지 이어진 경우는 둔촌주공 이후 처음이다. 소규모지만 강남 재건축 사업지라는 상징성을 갖춘 만큼 이번 공사 중단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단지는 이번 사태로 올해 10월 예정된 입주 일정이 불투명하게 됐고 대출 이자 증가 등 조합원 부담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다른 재건축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권 대형 재건축 단지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는 조합과 시공사인 삼성물산 간 갈등이 격화된 상태다. 삼성물산은 최근 화물파업 등을 이유로 조합 측에 공사 기간 2개월 연장을 요청했지만 조합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1560억원 가량의 공사비 증액에 대한 협상이 반년간 지지부진하자 조합 측에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겠다는 공문을 보내는 등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강북권 알짜 재건축 사업지로 꼽히는 마포구 ‘마포자이힐스테이트’(공덕1구역)도 공사비 증액으로 갈등을 빚으면서 장기간 사업이 파행을 겪고 있다. 이주와 철거까지 마친 상태에서 조합이 시공단(GS건설·현대건설)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응하지 않아 반년 넘게 착공을 못하고 있다. 당초 작년 6월 착공한 뒤 같은 해 11월 일반분양을 할 예정이었다. 이 외에도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서초구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지구)도 4700억원 상당의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가 석 달째 협상 중이다.

시장에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원자잿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공사에 투입되는 원자재와 인건비 변동 등 건설 부문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는 최근 2년 새 2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레미콘과 건설업계는 올해 수도권 레미콘 가격을 현재 ㎥당 8만300원에서 8만8700원으로 10.4% 인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전기요금까지 뛰면서 이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전력은 올해 1월 1일부터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했다. 전력 다소비 업종인 시멘트 업계는 전기료가 오른 만큼 제조원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건비와 자재비 등이 급격히 오르면서 최초 계약 당시 생각했던 것과 원가가 크게 달라져 공사비 증액이 필요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조합과 시공사가 오랜 기간 협의점을 못한 사업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문제로 ‘제2의 둔촌주공’이 나올 것이란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며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는 등 사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사업 파행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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