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폴스타 이어 혼다도 100% 온라인·가격 정찰제 도입
볼보, 정가정책 유지하며 수입차 5위권 안착
가격 정찰제 대세는 아직···상위브랜드 할인 판매 고수 및 테슬라식 제멋대로 가격정책도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국내 수입자동차업계에서 가격 정찰제를 도입하는 브랜드들이 늘고 있다. 가격 정찰제를 통해 소비자 신뢰를 쌓고 기업 수익도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올해부터 온라인 판매로 전환하며 가격 정찰제를 함께 실시하기로 했다. 그동안 딜러사, 영업점마다 가격차이가 있어 소비자 불만이 있었으나 온라인·가격 정찰제를 통해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2년여 동안 딜러사들과 온라인·가격정찰제에 대해 논의했으며, 최종 합의를 이룬 후 약 55억원을 투자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일본 불매운동 이후 이어졌던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해 신차 라인업 확대와 함께 온라인·가격 정찰제를 새 돌파구 전략으로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은 할인 판매가 주를 이루며 소비자들 불만과 피해가 커졌다. 딜러, 영업점, 구매 시기 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소비자들은 가격을 일일이 비교해야 했기 때문에 구매시 피로도가 컸다. 또한 차량 구매 이후 할인폭이 커질 경우 허탈한 심정은 물론 중고차 가격 하락까지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할인율이 높을 때는 15~20%에 달하기도 하기 때문에 같은 모델을 구입하더라도 수백만원 상당의 가격 차이가 나는 일이 빈번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가격 정찰제를 통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 브랜드다. 볼보는 정식적으로는 가격 정찰제를 운영하지 않았으나, 최대한 할인을 하지 않는 대신 정가를 낮춰 항상 같은 가격을 유지하며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볼보의 정가 고집정책이 오랜 기간 이어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이는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볼보는 지난 2012년부터 10년 연속 연간 판매량 두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그 결과 독일차 강세인 한국 시장에서 폴크스바겐코리아를 제치고 지난 2021년엔 수입차 4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여기에 최근 테슬라, 폴스타 등이 온라인 판매를 통해 가격 정찰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도 한정판 차량을 온라인 가격 정찰제로 판매하며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가격 정찰제가 대세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 70% 상당을 차지하는 벤츠, BMW, 아우디·폴크스바겐 등 상위권 브랜드들이 아직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특히 BMW, 아우디·폴크스바겐의 경우 할인 판매로 유명한 브랜드로 그만큼 성과도 내고 있다. BMW는 화재 사태 이후, 아우디·폴크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가 급감했으나 할인율을 높이며 예상보다 빠르게 제 궤도에 진입했다.
벤츠는 할인을 최대한 자제하며 사실상 가격 정찰제와 유사하게 가격 정책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연말에는 갑작스레 할인을 대폭 늘렸으며, 지난 12월 판매량은 전월대비 22% 늘어난 9451대를 달성했다.
업계에선 BMW가 1위 자리를 위협하자 12월에 벤츠가 할인폭을 키워 판매량을 늘리려 했다는 추측도 있다. 지난해 1~11월 기준 벤츠 판매량은 7만1525대, BMW는 7만1713대로 BMW가 200여대 앞섰으나, 12월 벤츠 판매량이 급격히 늘면서 연간 판매량은 벤츠 8만976대, BMW 7만8545대로 다시 벤츠가 추월,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일각에선 본사와의 공급 계약에서 불리한 수입사의 특성상 할인 판매를 통한 재고 조절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최근 온라인을 통한 가격 정찰제를 운영하던 테슬라가 갑자기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가격 정찰제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테슬라는 온라인·가격 정찰제를 통해 소비자들로부터 가격에 대한 신뢰를 쌓았으나, 지난 2021년부터 예고 없이 수차례 가격을 올렸다가, 최근 판매가 부진하자 가격을 다시 내리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지난 2021년 2월 테슬라 모델Y 롱레인지 가격은 699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수차례 가격이 오르면서 같은해 7월엔 9664만원까지 상승했다. 1년 반만에 2665만원이 오른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가격을 1165만원 내린 8499만원으로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