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유럽의 당근마켓’ 왈라팝까지 최대주주 올라
글로벌 C2C 시장 선점···수익구조 내는데는 고민 필요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네이버가 중고거래 시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는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을 공략해 미래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작고 흑자를 낸 곳이 없다는 점에서, 네이버가 수익모델까지 만들어낼지 관심이 모인다.

13일 네이버는 최근 ‘유럽의 당근마켓’이라고 불리는 왈라팝의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며 중고거래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사업의 의존하기보다는 글로벌하게 사업 영역을 넓히려는 모습이다.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거나 투자한 C2C 플랫폼들. / 표=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거나 투자한 C2C 플랫폼들. / 표=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가 이번에 투자한 ‘왈라팝’은 이용자수만 1500만명이 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중고거래 플랫폼이다. 스페인 중고거래 시장에서만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는 왈라팝에 약 7500만유로(한화 약 1010억원)에 투자해 왈라팝 최대주주로 올랐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 2021년 2월 1억5000만유로(약 2020억원)를 투입해 10%대 지분을 매입했고, 이번 추가 투자로 총 지분 30.5%를 확보하게 됐다.

또 네이버는 최근 북미 최대 중고거래 플랫폼 포쉬마크에 대한 인수도 마무리했다. 네이버가 포쉬마크를 인수하기 위해 쓰인 금액은 13억1000만달러(약 1조6300억원)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국내에서 크림, 일본 빈티지시티, 프랑스 베스티에르콜렉티브 등 글로벌 중고거래 플랫폼에 투자했다.

국내에서 네이버가 공략하는 C2C 플랫폼 크림은 네이버 커머스 부문의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출시한 크림은 지난해 분기 거래액 35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고, 지난해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네이버가 글로벌 중고거래 시장을 확보하는 배경에는 ‘C2C 부문’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국내 포털 사이트 1위인 네이버는 그간 국내 사업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 진출에 용이하기 위해 C2C 사업 라인을 갖추려는 의도라는 데 힘이 실린다.

실제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포쉬마크 인수 발표 당시 “글로벌 직매입 거래시장을 아마존이 잡은 상황”이라며 “네이버가 잘 할 수 있는 C2C 영역을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사업 모델로 선택했고 검색 및 AI 추천, 라이브 커머스, 광고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C2C 모델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즉, 아마존은 전 세계 이커머스를 장악했고 구글은 검색, 플랫폼 시장을 영위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는 C2C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네이버가 공략하는 C2C 시장은 아직 국내에서는 흑자를 낸 기업이 없을 정도로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중고거래 시장은 2021년 270억달러(약 34조원)에서 2025년 770억달러(약 98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즉 C2C 플랫폼 시장 잠재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중고거래 플랫폼 사업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강자로 꼽히는 당근마켓도 사업의 핵심은 상품 거래지만 수익은 지역광고로만 내고 있다. 이로써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으로 광고 사업 등과 연계해 수익을 내는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네이버가 운영하거나 투자한 C2C 플랫폼은 모두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강점을 보이는 커뮤니티 역량에 광고 솔루션을 도입하면 시너지 효과로 시장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C2C 서비스는 네이버의 글로벌 인프라와 MZ세대 콘텐츠가 결합되면 상당한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크림 외에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특히 미국 포쉬마크를 인수했을 당시 네이버는 투자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논란이 있었고, 포쉬마크를 인수한 기점부터 네이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실제 네이버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네이버의 지난해 3분기 유동부채 비율은 124%로 직전분기(145.3%)와 비교해 21.3%나 줄었다. 유동부채는 1년 내 갚아야하는 부채로, 통상 150%를 넘어야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가 주가가 떨어진 시점이 미국 포쉬마크를 인수했을 때”라면서 “C2C는 국내에서도 수익모델을 못찾는 분야인데 네이버가 수익구조가 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을 인수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 교수는 “대신 C2C 거래는 MZ세대, 젊은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네이버가 미래에 여러 가지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네이버가 미국, 유럽 등 커머스를 소유함으로써 다양한 콘텐츠, 커머스 요소 등을 더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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