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대출 잔액 17조 급감···반전 필요
만기 늘면 DSR 우회 효과···대출 한도 확대 '인기'
정부도 규제 완화···DSR 적용 않는 정책상품 출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서울 본점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Sh수협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50년 만기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으면서 시중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모가 크게 줄어든 만큼 시중은행도 5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정부도 대출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는 점도 상품 출시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수협은행은 주담대 상품 최장 만기를 기존 40년에서 50년으로 연장한다고 13일 밝혔다. 오는 18일부터 주담대 상품인 Sh으뜸모기지론, 바다사랑대출에 대한 최장 만기를 50년으로 늘린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늘어난 주담대 고객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란 것이 수협은행의 설명이다.

수협은행이 50년 주담대를 가장 먼저 출시한 이유는 공적자금 상환과 관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수협은행은 작년 공적자금을 모두 갚은 계기로 최근 비전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다. 강신숙 수협은행장은 비전선포식에서 안정적인 수익창출 기반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이번 50년 주담대 출시도 공격적인 영업을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주담대 만기가 길어지면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규모가 줄어들기에 총원리금상환부채비율(DSR)을 우회하는 효과를 낸다.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40년 주담대를 출시하자 3개월 만에 이 상품이 주담대 전체 신규 취급분 중 50%를 넘게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50년 주담대도 판매량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시중은행들도 50년 주담대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란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50년 주담대 상품을 출시해도 괜찮은지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며 “시장 상황과 규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출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상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가계대출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1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058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6000억원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가계대출이 감소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결과다. 

특히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감소폭이 컸다. 작년 말 가계대출 잔액 총합은 692조5335억원으로 1년 전 대비 16조5194억원 급감한 것이다. 작년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대출이 줄었다. 그 결과 시중은행의 전체 대출자산 성장률도 올해 크게 꺾였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려고 하는 점도 시중은행의 출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2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서울 등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를 상대로 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규제를 해제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30%로 적용하는 등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앞서 정부는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LTV 규제를 50%로 완화하는 등 대출 규제를 잇달아 풀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제외하고 문재인 정부 시절 시행됐던 대출규제를 사실상 모두 폐지한 셈이다. 

정부는 DSR규제도 우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금융당국은 DSR과 상관없이 시중금리보다 낮은 4%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을 내놓기로 했다. 기존 보금자리론과 달리 소득 요건도 없고, 지원받을 수 있는 주택 가격 상한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대출 한도도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주택시장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자 DSR 효과를 줄여 시장 연착륙을 꾀하겠단 복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실적을 늘리기 위해 50년 주담대 상품이 필요할 것”이라며 “더구나 정부도 DSR 적용이 안되는 상품을 내놓은 만큼 시중은행들은 더 적극적으로 상품 출시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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