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도전이 변수
증권사·보험사 인수 등 비은행 사업 확대 차질 가능성
금융당국과 갈등 상황 지속···그룹 전략 부담 요인으로 작용
우리금융 "연임 도전과 무관하게 사업 추진 중···인사 지연 영향 제한적일 것"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결단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어떤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불투명해진 가운데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가 늦어지고 있다. 손 회장의 연임 도전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그룹 지배구조 새판짜기 이후 이에 맞춘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자회사 CEO와 임원 인사 발표가 지연되면서 성장 동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종합금융 포트폴리오 완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증권사·보험사 인수 등 비은행 사업 확대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그룹 15개 자회사 중 7곳의 CEO가 지난해 12월 말 임기가 끝났다. 주요 계열사 7곳은 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우리자산신탁·우리펀드서비스·우리PE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우리금융경영연구소다. 이달 중에는 우리캐피탈과 우리저축은행 CEO도 임기가 종료된다. 

우리금융지주 자회사 CEO 선임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자추위)'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자추위 위원장인 손 회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자회사 CEO 선임 절차가 미뤄지고 있다. 손 회장이 거취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전까지는 지배구조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자회사 CEO 뿐만 아니라 임원 인선도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우리은행은 본부장 24명을 한번에 영업총괄그룹으로 전보 조치했다. 본부장은 직원과 임원 경계에 있는 직급이다. 일반 직원과 달리 3년 계약 형태로 고용되는데 이 기간 내 승진하면 임원인 부행장이 된다. 3년이라는 임기가 모두 끝난 본부장들의 일부는 부행장으로 승진하거나 계열사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머지는 은행을 떠나게 된다.

업계에서는 본부장들을 일괄 이동시킨 것과 관련, 당국 제재로 연임에 변수가 생긴 손 회장의 거취가 결정되지 않아 그룹 전체적으로 임원 인사가 미뤄지면서 '임시 인사'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에서 지배구조의 불확실성까지 커진다면 다양한 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완전 민영화 원년을 이루고 올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 증권과 보험, 벤처캐피탈(VC) 등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 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해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손 회장 연임 여부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갈등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관건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 회장은 당국을 상대로 소송에 나설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은 "반성 없이 소송 논의만 하는 것이 굉장히 불편하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등 날선 발언을 이어가며 손 회장 용퇴를 재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법적 대응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인수·합병은 물론 신사업 진출에 곤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손 회장 연임 의지가 그룹 전체 전략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매번 지배구조 안정화에 힘쓰는 방향으로 설정해왔던 만큼 조직을 환기시키는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타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1960년대 후반생들로 주요 자회사 CEO를 교체됐지만 우리금융은 아직 그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비은행 부문 강화는 손 회장의 연임 도전과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자회사 CEO와 임원 인사 지연이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제한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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