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6구역·청량리8구역 모두 유찰
공사비 인상에 시황도 불투명해 한남2구역 같은 과열경쟁 입찰 보기 힘들 듯

올해 입주 예정인 청량리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모습
올해 입주 예정인 청량리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공사현장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으며 일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다. 입지만큼은 알짜로 평가받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되는 영향이다. 특히 올해는 주택경기마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건설사들의 몸사리기가 올해는 더욱 극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제6구역 재개발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에서 GS건설만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앞서 열린 1차 현장설명회에서는 현대건설, 포스코건설 등 대형건설사 8곳이 참여했지만 경쟁입찰은 기대감도 형성됐지만 불발된 것이다. 청량리6구역은 청량리동 205번지 일대 8만3883㎡에 지하 3층, 지상 22층, 공동주택 21개동, 1493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사업비 규모만 5000억원에 달한다.

청량리 제8구역도 시공사 찾기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진행됐지만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로 결국 유찰 마감됐다. 이곳 역시 지난해 11월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다수의 대형건설사가 참석해 조합원들의 브랜드 선정 기대감이 커졌지만 선택의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해당 사업장은 청량리동 435번지 일대 2만8996.59㎡에 지하 3층, 지상 24층에 이르는 공동주택 6개동 610가구(임대주택 150가구 포함)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청량리 일대는 과거 집창촌과 노후 전통시장이 혼재한 탓에 서울 부도심 중 가장 낙후한 지역 중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현재 운행중인 1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강릉선, 중앙선 등 6개 노선 외에도 GTX B와 C, 면목선, 강북횡단선 등 4개 노선이 신설될 예정이다. 게다가 삼성역, 서울역과 함께 단 3곳 뿐인 GTX 환승역으로 개발된다는 점 때문에 서울 동북권 교통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같은 개발환경에 힘입어 주거지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청량리의 스카이라인이 180도 변한다. 이달 청량리3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 해링턴 플레이스가 입주를 앞두고 있고, 5월에는 동부청과시정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역 한양 수자인이, 7월에는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11월에는 성바오로 병원 부지를 개발해 지은 힐스테이트 청량리 더퍼스트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청량리약 일대는 최고 65층 높이의 초고층 화려한 주거단지가 조성되지만 건설사들은 그 반열에 오르기는커녕 일감을 두고도 저울질을 하는 것이다.

청량리가 아니더라도 올해 주요건설사가 마수걸이 수주한 사업장 대부분은 경쟁입찰 없이 체결되는 상황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7일 서초구 방배신동아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경쟁자 없이 무난히 시공사로 선정됐다. 또 서울 강북권 대표 재개발구역으로 꼽히는 중구 신당8구역 역시 수의계약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DL이앤씨가 올해 처음으로 따낸 정비사업 일감인 강북구 미아동 강북5구역 재개발 사업권도 무혈입성을 통해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천지개벽이 예고된 곳이라도 건설사들이 수익성 검토로 몸을 사릴 가능성이 높아 올해는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작년 한남2구역과 같은 과열경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호황기던 지난 수년간은 수주 규모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사업성 악화 우려로 출혈경쟁을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선별수주에 나서는 건설사가 많아질 것”이라며 “금리인상과 미분양 우려가 여전한 만큼 당분간 이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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