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 차세대 치료제 '베믈리디', 국내 시장 확대
BMS가 16년 전 출시한 '바라크루드'는 처방액↓
특허 만료에 제네릭 등장···"세대교체 빨라질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GC녹십자가 다국적제약사 BMS의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를 국내 독점 유통·판매한다. 수익을 다각화한다는 취지이지만, 바라크루드는 국내에 출시된 지 오래된 데다, 관련 제네릭 제품이 쏟아지고 있어 현재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최근 한국BMS와 2015년 9월부터 이어온 바라크루드의 파트너십을 연장했다. 기존 공동판매 형태에서 국내 독점 유통 및 판매로, 병의원급에서 종합병원을 포함한 전체 병원 대상으로 판매 영역도 넓혔다. 

바라크루드는 B형 간염 치료제인 엔테카비르 성분 제제의 오리지널 제품이다. 바이러스 억제 효과는 물론 내성 발현율이 낮아 2007년 국내 출시 이후 2011년부터 수년간 처방액 1위를 기록했다. 

BMS 바라크루드의 처방 실적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러나 최근 바라크루드의 시장 입지는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1000억원을 웃돌던 블록버스터 의약품 바라크루드는 2015년 특허 만료 이후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이 쏟아지면서 처방 실적도 떨어지고 있다. 결국 길리어드의 '비리어드'에 1위도 내줬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바라크루드의 국내 원외처방 실적은 2016년 1038억원에서 2021년 773억원으로 5년새 25% 감소했다.

국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이 다른 오리지널 치료제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비리어드는 2020년 958억원에서 2021년 951억원으로 0.7% 감소했고, GSK의 '헵세라', '제픽스'도 10% 이상 떨어지며 국내 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일하게 처방액이 증가한 길리어드의 차세대 B형 간염 치료제 '베믈리디'다. 2017년 11월 출시된 베믈리디는 비리어드보다 10분의1 이하의 적은 용량으로도 약효성분을 간세포에 전달하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2021년 3월 베믈리디의 국내 허가사항 개정으로 치료 환자군이 확대돼 처방액도 전년보다 34% 늘어났다. 현재 시장 점유율 3위이지만, 상승세가 계속되면 선두에 오를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GC녹십자가 바라크루드의 독점 판매로 큰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바라크루드는 이미 출시된 지 오래됐고 특허도 만료돼 더 이상 처방액을 늘리고 시장을 확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길리어드처럼 후속 제품을 내놓는다면 베믈리디 효과를 기대해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B형 간염 오리지널 치료제 처방액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제네릭 치료제 출시도 향후 오리지널 치료제의 시장 구도를 뒤바꿀 전망이다. 이미 동아에스티, 부광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등 국내 여러 개발사들이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바라크루드의 물질특허 종료 한 달 전인 2015년 9월 먼저 시장에 퍼스트 제네릭으로 '바라클'을 출시하면서 해당 제네릭 시장에서 처방액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새로운 치료제 등장으로 경쟁이 과열되면서 바라클조차도 처방액이 감소하고 있다. 2020년 102억원에서 2021년 96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이처럼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할 때마다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선 세대 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이미 2019년 18개, 2020년 37개, 2021년 25개, 지난해 36개 이상의 B형 간염 치료제가 국내 시장에서 퇴장했다. 업계는 향후 기존 치료제들의 퇴장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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