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카드 부문 강화 필요···대형 M&A 나설듯
자본비율은 충분···출자 가능 규모는 부족
영구채 발행 나설듯···이자비용 낮추는 것이 과제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지주 사옥 / 사진=하나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올해 주요 경영목표로 비은행 강화를 꼽은 하나금융지주가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위해선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부담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자본력은 충분한 상황이지만 출자 가능한 규모는 부족해 영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이다. 올해도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계속되는 만큼 영구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을 부담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익 가운데 비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1%로 1년 전과 비교해 7%포인트 크게 하락했다. 아직 증권·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보다는 높지만 KB(39%), 신한(43%)과 비교해선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하나금융은 카드, 보험 부문의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나카드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익은 1656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적었다.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도 각각 147억원, 317억원으로 푸르덴셜생명(2077억원), KB손해보험(5207억원), 신한라이프(3696억원)와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를 기록했다. 외환은행 인수 후 대형 M&A에 나서지 않은 결과다. 

이에 하나금융은 올해 M&A를 그룹의 주요 성장전략으로 꼽았다. 지난해 롯데카드 예비입찰에 하나금융도 참여한 바 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 내 14개 자회사 중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될까”라며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M&A를 위한 자본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나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2.73%로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조 단위 규모의 M&A를 하고도 남는 수치다. 하나금융이 최근 M&A와 함께 자사주 매입도 고려할 수 있는 이유다. 금융지주가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면 보통 자본비율이 하락하기 때문에 M&A를 위해 자본비율을 규제치(보통주자본비율 8%)보다 충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출자여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금융지주가 자회사에 출자 가능한 규모를 보여주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작년 9월 말 기준 124.8%로 당국의 규제 상한선인 130%에 근접했다. 그간 대형 M&A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나서다 보니 이중레버리지비율 여력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는 금융지주가 과도한 차입으로 자회사에 출자해 재무구조 안정성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다. 

/ 자료=각 사,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이에 하나금융은 출자여력을 늘리기 위해 영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에 잡히는 금융지주의 자기자본(개별 기준)은 건전성 기준에 따라 나눠지는 자본 층계 가운데 기본자본(Tier1)으로 분류되는 등급에 해당한다. 영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본자본으로 분류되기에 이를 통해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금융지주는 최대 계열사인 은행으로부터 배당금을 받아 이중 레버리지비율을 개선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당금을 많이 받으면 은행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금융지주는 영구채 발행을 늘린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11월 말 24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을 결정했지만 출자여력을 늘리기 부족한 수준이다. 이번에 찍는 영구채는 지난 2018년 발행한 영구채의 중도상환옵션 행사에 따라 차환하는 목적이 크다. 2400억원 가운데 1920억원이 상환에 사용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선 이번 발행 때 조달 규모를 늘리던가, 아니면 추가 발행이 필요하다. 

하지만 올해도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이어지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하나금융이 영구채 발행에 실패할 확률은 사실상 없다. 지난해에도 3조원 넘게 벌어들인 금융사가 투자자를 모으지 못하는 일이 일어날 순 없다. 문제는 발행 금리를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다. 수요 예측에 최대한 많은 투자자들을 끌어모아 가능한 낮은 금리에 많은 양의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 경쟁 금융지주가 비슷한 시점에 영구채를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KB금융도 지난해 12월 초 영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에서 결정한 시기가 비슷한 만큼 두 금융지주는 영구채 발행에 대한 수요 예측도 서로 가까운 시기에 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투자자 확보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초 신한금융과 영구채 수요예측일이 겹쳐 투자자를 확보하는데 애를 먹은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할 때 그랬던 것처럼 하나금융도 올해 M&A 딜에 구체적으로 나선다면 영구채 발행으로 이중레버리지비율 관리에 나설 것”이라면서 “다만 올해도 시중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기에 영구채 발행 부담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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