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 역대 최저치···금리인상 및 빌라왕 전세사기 파장 영향
월세 선호 현상, 강남권서 더욱 두드러져

서울 강남구 학군지 인근 주요 아파트 전월세 거래비중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서울 강남구 학군지 인근 주요 아파트 전월세 거래비중 비교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이자 부담, 빌라왕의 전세사기 문제가 대두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가 두 달 연속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전세보증금이 높은 강남권에서는 깡통전세 우려에 세입자들이 임대차 물건 중 전세를 꺼려함에 따라 대부분의 임대차 거래가 월세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2022년 12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는 75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달인 11월 거래량인 8428건 대비 18% 감소한 수치이자, 해당 조사를 시작한 2010년 이래 최저치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전세거래의 급감 원인으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이달 초 기준 연 4.88~6.98% 수준으로 상단 금리가 7%에 육박한다. 전세대출 금리가 3%일 때 3억원을 빌렸는데 7%까지 올랐다면 월 납부 이자액은 75만원에서 175만원으로 100만원이 늘어나고, 연간 총 대출이자는 900만원에서 2100만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이자부담이 갈수록 커지니 임차인은 월 납부액이 고정된 월세를 선호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서울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전세보증금이 상대적으로 비싼 강남권에서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1월 전세 거래가 총 1081건이 성사됐는데, 12월에는 614건으로 43.2%나 급감했다. 같은기간 마포구는 538건에서 361건으로 32.8% 감소했고, 노원구는 1030건에서 691건으로 32.9% 줄어든 것 대비 강남구가 10%p 가량 감소폭이 크다.

일례로 학군지, 학원가 인근 단지에 입성하기 위해 한창 임차인 물갈이가 진행되는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의 경우 지난달 10일부터 하루 전인 이달 10일까지 한 달 간 총 40건의 임대차거래 가운데 월세가 27건, 전세가 13건이었다. 월세 거래가 70%에 육박할 정도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역삼동 역삼래미안 역시 같은기간 체결된 월세가 11건, 전세가 6건으로 월세 비중이 높다.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도 같은 기간 총 임대차 거래량 46건 중 월세가 28건으로 17건인 전세거래량을 앞질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월세 비용은 서서히 오르는 반면 전셋값은 내리고 있다. 역삼래미안 전용 59㎡는 지난해 9월 보증금 1억 월세 200만원에 거래됐지만, 12월에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 이달 초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다. 반면 전세는 전용 80㎡가 이달 10일 11억원에 거래되며 지난달 초 거래가격인 12억원보다 1억원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임대차시장 내 월세 선호현상은 올해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전국적으로 입주물량이 지난해 대비 늘어난 영향이다. 통상 입주물량이 많을 때에는 전세공급물량도 증가한다. 수요는 적은데 공급은 늘어나니 앞으로 전세시장은 세입자를 못찾아 마음 불편한 집주인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부담으로 전세에서 월세, 반전세로 눈돌리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며 “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는 이같은 분위기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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