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료', 전체 벤처투자의 17.4%···최대 비중 차지
수익화 오래 걸려도 신약개발 벤처에 "선택과 집중"
VC업계 "기술이전 가능성·플랫폼 보유 여부 중요"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바이오·의료 분야가 2년 연속 국내 전체 벤처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투자 혹한기로 최근 시장에선 수익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연구개발(R&D)에만 장기간이 소요되는 신약개발 분야에 오히려 투자가 몰렸다.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성장성이 큰 미래 첨단기술에 선택과 집중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국내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국내 벤처 투자 금액(14조4648억원)에서 바이오·의료 분야가 17.4%(2조5159억원)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앞서 2021년에도 투자 건수와 금액 기준 모두 최대 비중을 나타냈다. 

최근 2년간 바이오·의료 벤처 투자 비중 비교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 바이오 벤처 투자 비중 가장 커···신약개발사가 대부분 

지난해 전체 벤처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줄면서 바이오·의료 분야에 투입된 금액도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업종별 비중은 1% 증가했다. 최근 시장 악화로 수익 창출까지 오래 걸리는 바이오 신약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와는 달리 오히려 투자가 집중된 것이다. 

더브이씨는 벤처투자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돼 바이오 분야 투자 기준은 훨씬 엄격해졌지만, 유망 기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는 '선택과 집중'이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2년 투자유치한 주요 바이오·의료 벤처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실제로 지난해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 벤처 중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곳은 대부분 신약개발 분야다. 

가장 큰 금액을 유치한 곳은 보타메디다. 감태 등 해양 갈조류에서 확보한 천연물질을 기반으로 천연물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보타메디는 지난해 3월 독일과 프랑스 투자사로부터 8022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보타메디는 80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보타메디는 현재 해양 천연물 신소재 '씨놀'과 더불어 난치성 심혈관 질환 치료 후보물질 'PH100'과 뇌신경계 치료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사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개발사 이엔셀도 프리IPO 라운드로 6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엔셀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을 충족한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 글로벌 빅파마 얀센, 노바티스 등 20여개 고객사와 협력하고 있다.

이엔셀의 투자를 담당한 강정훈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이엔셀의 독보적인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신규 GMP 공장을 증설해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 심사역은 이어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은 사회적 가치는 물론 수익도 매우 기대되는 투자 영역"이라며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하더라도 글로벌 빅파마 기술이전 등 매출 확보 또는 중간 회수 등 기회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 바이오오케스트라와 아밀로이드솔루션이 각각 545억, 383억 규모의 시리즈C 투자를 유치했다. CAR-T 세포치료제 기업 큐로셀, 치매치료제 개발사 아리바이오도 각각 360억, 345억 규모의 프리IPO 투자 유치에 성공해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사업을 키운 닥터나우도 400억원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해 주목을 받았다. 더브이씨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될 경우 관련 스타트업들이 이전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바이오 분야에도 초기 투자 늘어···"기술력이 관건"

바이오·의료 분야 역시 지난 2021년에는 시리즈C 이상 후기 라운드 투자가 주를 이뤘지만, 지난해엔 달랐다. 바이오·의료 분야 초기 라운드(시드~시리즈A) 투자가 크게 늘어 단계별 평균 투자금도 2021년 78억원에서 지난해 111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놈앤컴퍼니의 마이크로바이옴 CDMO 전문 관계사 리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는 시리즈A 단계에서도 370억 상당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국내 액셀러레이터(AC) 기업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바이오메디컬 및 헬스케어 분야가 34%로 누적 비중이 가장 컸다.  

차만영 블루포인트 바이오헬스케어 그룹장은 "신약개발이나 의료기기·진단 쪽은 개발에 오랜 기간 소요되는 것은 물론, 규제 안에서 움직이다 보니 상용화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기술력 있는 초기 스타트업들은 쏟아져 나오니, 투자 집행 시 다른 분야보다 엑시트까지의 기간을 길게 잡는다"고 말했다. 차 그룹장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향후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갖고 있는지, 아이템 개발이 가능한 플랫폼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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