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 중국 사드 사태로 부진할듯···인도, 14억 인구에 전기차 성장률 연평균 66% 예상
인도네시아에 생산 거점 마련해 아세안 무관세 혜택···2025년 아세안 車 시장 358만대 전망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위기가 고조되자 잠재력이 높은 인도와 아세안 지역 공략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서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이 통과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는 세액공제 혜택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현재 현대차그룹은 전기차를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어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아직 세부 규정이 확정되지 않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으나, 2025년 현대차그룹이 조지아 전기차 공장을 짓기 전까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6년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이후 판매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16년 현대차 중국법인은 1조1719억원, 기아는 4148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2017년 적자로 돌아선 후 지난해엔 각각 1조129억원, 7895억원 손실을 낸 바 있다.
올해엔 적자폭이 줄었으나, 여전히 판매량은 크게 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와 제네시스를 통해 고급차 시장 공략을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나, 중국 현지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어 활로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 인도, 일본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시장 등극
현대차그룹은 위기 상황 속 인도와 아세안을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 이름을 올릴만큼 잠재력이 높은 곳이다.
인도자동차공업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인도 신차 판매량은 413만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인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인 마루티 스즈키가 12월에만 12만대를 판매해 최소 425만대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자동차 판매는 420만1321대로, 인도보다 판매량이 뒤처지게 된 셈이다.
인도는 인구 14억명으로 잠재적인 자동차 소비자가 많으며, 최근 경제 성장률도 높아 자동차 수요가 당분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명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인도 경제성장률을 7.9%로 전망했다. 이밖에 IMF, 세계은행, 피치 등 주요 기관들도 인도 경제 성장률을 8~8.5%로 전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인도는 향후 전기차 시장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기관 Netscribes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전기차 시장은 49만7000대 수준에서, 연평균 66.19% 성장하며 오는 2027년엔 6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인도 전기차 시장은 이륜차가 지배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4륜차 등 일반 차 비중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기준 인도 전기차 판매 중 2륜차 비중은 60.7%고, 4륜차는 1.94%에 불과하나, 오는 2027년엔 4륜차 비중이 26.1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인도가 전기차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만큼, 시장 선점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인도 내 내연기관 시장에선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 기업인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3분기 기준 현대차는 인도 시장에서 15만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15.9% 성장했고, 기아는 7만대로 전년대비 51.9% 증가했다.
현대차는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오는 2028년까지 인도에서 6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오는 2025년엔 현지 전략 차종인 크레타의 전기차 버전인 ‘크레타 EV’를 선보일 예정이다.
◇ 인도네시아 거점 삼아 아세안 지역 공략 속도
현대차그룹은 향후 인도네시아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고 아세안 지역에서도 전기차를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77만7000㎡ 부지에 지어졌으며, 연간 25만대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총 투자비용은 제품 개발 및 공장 운영비 포함 15억5000만달러(한화 1조9295억원)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엔진, 의장, 도장, 프레스, 차체 공장, 모빌리티 이노베이션 센터 등을 갖췄으며, 이를 통해 아세안 지역 전략 차종 생산, 판매까지 이어나갈 방침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5를 양산을 시작해 싼타페, 크레타, 스타게이저 등을 생산 하고 있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해 현지 배터리팩 생산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내년 하반기 중엔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뿐 아니라 아세안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국가별로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에 따라 2018년부터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협정 참가국 간 무관세 혜택이 제공된다.
즉,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아세안 국가엔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5개국의 자동차 시장이 2025년 약 35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