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4개 ETF 상장으로 승부수 걸었지만 대부분 흥행 실패
ETF 순자산총액 2조 무너져···조직개편·외부영입 등 변화 모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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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무려 14개의 ETF를 출시했다. 그동안 특색있는 ETF만을 개발하며 1년에 최대 3개까지 ETF를 상장해왔던 키움투자산운용으로서는 나름의 승부수였다.

하지만 히어로즈 단기채권ESG액티브를 제외하고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그동안 매년 꾸준히 늘었던 전체 ETF순자산총액도 지난해 감소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올해 ETF 사업전략은 다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말 ETF사업부를 조직개편하고 사업부장으로 외부 인사인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상품전략부장을 영입했다.

◇ ETF 물량공세 승부수···예상치 못했던 역성장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키움투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히어로즈 단기채권ESG액티브부터 12월 KOSEF SK그룹대표주까지 총 14개의 ETF를 상장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2002년 10월 14일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과 함께 국내 최초 ETF인 KOSEF200을 상장시킨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20년 동안 연평균 1~3개 수준의 ETF를 출시했을 정도로 ETF 상장 개수에 집착하지 않았다.

그동안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상장하는 ETF 개수는 많지 않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는 다른 운용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된 ETF를 출시하면서 틈새시장 공략에 공을 들였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최근 수 년 동안 출시한 ETF 가운데 대부분은 경쟁사에서 비슷한 ETF를 찾아볼 수 없는 ETF다.

지난해만 살펴봐도 4월 출시한 KOSEF 미국ETF산업STOXX는 자산운용사와 지수사, 거래소 등 미국 ETF 산업과 관련된 종목에 투자하는 세계 최초 ETF다.

5월 출시한 히어로즈 리츠이지스액티브 ETF는 이지스자산운용의 투자자문을 통해 국내 상장 리츠(REITs) 전반에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국내 최초 액티브형 리츠 ETF다.

같은 달 내놓은 KOSEF 물가채KIS는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인 물가연동국채에 투자하는 ETF로 역시 국내 최초다.

9~10월 상장한 KOSEF 차이나A50커넥트MSCI ETF 등도 FTSE 지수를 사용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차이나 A50 ETF와 달리 MSCI 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12월 출시한 KOSEF SK그룹대표주 ETF도 SK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국내 최초 ETF다. 이외 2022년 이전 출시한 ETF도 모두 국내에서 비슷한 ETF를 찾기 힘들다.

이는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과점 체계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만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종협 키움투자자산운용 멀티에셋운용본부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큰 전략과 차별점은 타사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자율경쟁보다는 과점 시장을 만들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고객들이 좋은 수익률을 가져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이러한 전략은 2021년까지 효과를 냈던 것으로 파악된다. 키움투자산운용의 ETF순자산총액은 2018년말 1조2208억원, 2019년말 1조5023억원, 2020년말 1조7058억원, 2021년말 2조245억원 등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말에는 1조8469억원으로 전년대비 역성장했다. 시장점유율은 2020년말 3.3%를 정점으로 2021년말 2.7%, 지난해말 2.4% 등 계속 하락 중이다.

예년과 달리 신규 ETF를 쏟아냈던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일 수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지난해 상장한 ETF 가운데 대부분은 상장 이후 순자산총액이 줄어들고 있다. 히어로즈 단기채권ESG액티브 ETF만 상장시 순자산총액(신탁원본액)이 500억원이었는데 현재는 1000억원이 넘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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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F 조직재편에 외부영입···전략수정?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막바지로 갈수록 최저수수료 정책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11월 KOSEF 단기자금, KOSEF 통안채1년, KOSEF 국고채3년, KOSEF 국고채10년 등 총 4종의 채권형 ETF 수수료(총보수)를 0.15%에서 업계 최저 수준인 0.05%로 낮췄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KOSEF 미국S&P500’과 ‘KOSEF 미국S&P500(H)’, KOSEF SK그룹대표주 ETF 모두 업계 최저수수료가 책정됐다. KOSEF 미국S&P500 총보수는 연 0.021%, KOSEF 미국S&P500(H)는 연 0.04%로 국내 S&P500 추종 ETF 중 가장 저렴하다. KOSEF SK그룹대표주 ETF 역시 총보수가 연 0.14%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이를 놓고 키움투자자산운용이 당초 ETF를 쏟아낼 당시 예상과 다르게 순자산총액이 감소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올해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1일자로 ETF마케팅팀을 ETF마케팅사업부로 승격하고 정성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ETF상품전략부장(수석)을 사업부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2017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합류해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브랜드인 'KINDEX'를 부활시킨 주역으로 알려져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패시브 ETF와 액티브 ETF를 분리하겠다는 뜻에서 액티브 ETF브랜드인 히어로즈를 출범했다. 하지만 히어로즈 단기채권ESG액티브 ETF를 제외하면 히어로즈 브랜드 ETF는 모두 순자산총액이 상장 당시보다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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