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분양 물량 위험수위···LH 통해 매입 후 공공임대 공급 방안 검토
“현시점 적절한 대책, 시장 교란·재정 부담 우려”···환매조건부 필요성 제기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현 시점에선 적절하지만 근본 해결책이 될 순 없단 지적이 나온다. 공공의 미분양 매입이 과할 경우 임대차 시장 질서가 흔들릴 수 있단 우려와 함께 혈세 낭비를 막기 위해 미분양 아파트를 감정가가 아닌 경매제도를 통해 매입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11일 정부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5만8027가구로 한 달 전에 비해 1만810가구(22.9%) 증가했다. 미분양 1만4094가구였던 1년 전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매수심리 위축으로 주택거래가 곤두박질치면서 미분양 주택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 6만2000가구를 위험선으로 본다. 최근 증가추세를 감안할 때 이미 미분양 주택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미분양 주택 증가로 건설사들이 자금난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LH 관계자는 “검토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된다”며 “아직 물량의 범위나 형태 등 구체적인 시행계획에 대해 국토교통부로부터 전달받는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매입 임대주택은 감정평가를 해서 사들인다.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는 자금은 정부 출자금 45%, 주택도시기금 50%, 입주자 임대보증금 5%”라고 덧붙였다.
LH가 매입이 가능한 주택은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단 점에서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본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최근 주택가격 급락 충격으로 임대시장에서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서 건설업체들이 재정적 부담이 많은 상황이다”이라며 “정부가 LH나 재정지원을 통해 매입한 물량을 임대차 시장에 내놓아 세입자나 건설업체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시장거래질서 균형을 맞춰나간단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LH의 미분양 주택 매입은) 악성 미분양 아파트 문제를 해소할 최후의 수단이다. 지금 미분양이 위험 수위에 달했는데 증가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매입가를 어느 정도로 산정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단 지적도 나온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미분양 주택을 공공임대로 돌리면 주택 재고를 활용하고 고생하는 개발업체도 돕는 효과가 있겠지만 문제점도 있다”며 “미분양이 발생한 요인이 공공임대로 한다고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임시방편적으로 활용하는 면에서는 긍정적일지 모르나 (정부가) 계획한 대로 될지는 별개의 문제”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주택은 수요 대비 가격이 높거나 수요 대비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등 나름의 이유가 있다. 또 공공임대로 분양받을 경우 한 번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활용하게 돼 입주자 입장에서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미분양 요인이 공공임대로 전환된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란 설명이다.
재정 부담과 시장 교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두 대표는 “매입임대주택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저렴하게 임대차 시장에 물량을 공급하는 건 좋지만, 저렴한 공급 자체가 전월세 시장 가격 약세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이 저렴한 가격에 임대를 내놓게 되면 민간임대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어 주택 소유자, 임대인 입장에선 불편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두 대표는 “정부 개입 자체는 필요하지만 시장 자율적인 가격 조정이 흔들리지 않는 선을 유지해야 한다”며 “LH 임대가 시장 전체에 영향력을 줄 정도로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시장을 더욱 교란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미분양 주택을 감정가로 사들이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도 있다. 정택수 경실련 정책국 부장은 “미분양은 집값 상승기 건설사들이 집을 우후죽순으로 지으면서 생겨나게 된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투자 실패로밖에 볼 수 없는데 정부가 사들이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는 리스크가 더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론 건설사와 미분양 주택에 들어갈 임차인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감정가로 사실상 시세대로 사게되면 국민 입장에서 결코 좋은게 아니”라며 “경매 제도를 도입해 가격을 낮출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매입임대는 하지 않는게 낫다”고 말했다.
과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건설사로부터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사들인 뒤 추후 건설사에 되팔아 자금을 회수했던 환매조건부 주택 도입을 검토해야 한단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