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품 로슈·제넨테크 '바비스모' 입지 확대·물질 특허 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등장 예고
투약 요법 간편화·바이오시밀러의 상대적으로 낮은 약가 등 시장 변화 요인으로 작용 전망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지형이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리제네론의 아일리아(Eylea)가 선두를 달리는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등 경쟁 제품의 대거 등장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1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아일리아의 2022년 4분기 매출액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제네론 측은 지난 9일 ‘JP모건 바이오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아일리아의 4분기 매출액이 15억 달러(1조87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상치였던 16억5000만 달러(2조 540억 원)보다 낮은 매출액을 보인 것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아일리아의 성적표는 황반변성 시장 경쟁의 신호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로슈와 제넨테크가 내놓은 경쟁 제품인 바비스모(Vabysmo)의 존재감 확대, 다가오는 물질 특허 만료에 따른 바이오시밀러 등장 예상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황반변성은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 중 하나다. 황반변성 관련 시장은 2022년 기준 전세계 16조 원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약 110만명이 노인황반변성(AMD·Age Related Macular Degeneration), 75만명이 당뇨황반부종(DME·Diabetic Macular Edema)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이 두가지는 성인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이다. 전 세계 환자수는 40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성장을 거듭해 오는 2028년엔 28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미국 리제네론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개발한 아일리아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한다면, 아일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물 5위를 기록할 정도다. 전 세계 매출액은 2021년 기준 89억 달러(11조6000억 원)다.
그러나 투여 요법을 유연화한 바비스모의 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황반변성 치료제는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하기에 투여 주기가 중요하다. 아일리아는 1~2개월에 한번 씩 투여해야 한다. 반면 바비스모는 한번 투여 시 최대 4개월까지 지속할 수 있는 것으로 관찰됐으며, 이후 환자의 상태 변화 등을 보며 주기를 조절하는 등 유연하게 투여 요법을 조절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비스모는 미국과 유럽 등 40여 개국에서 승인을 받았다. 2022년 1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미국내 매출액은 2022년 9월 말 기준 2억9200만 달러(3640억 원)였다. 전망도 밝다. 바비스모는 2027년까지 36억 달러(4조490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오시밀러와의 경쟁도 변수다. 전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 규모는 급격하게 확대할 예정이다. 오는 2030년 현재의 3배 이상인 740억 달러(92조2400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매년 10억 달러(1조25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는 블록버스터급 첨단 의약품 55개의 독점 생산권이 10년 이내에 대거 풀릴 예정이다. 시장 규모도 더불어 확대할 것이란 예상이다. 아일리아는 오는 6월 미국, 2025년 5월 유럽 물질 특허가 만료한다.
다양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시장에 진입할 예정인 가운데, 가격 경쟁력이 주목된다. 아일리아는 약가가 높다는 부담이 있었다. 국내 기준 아일리아 약가는 약 70만 원이다. 일회성 투여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보통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약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아일리아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을 지가 관심이 쏠린다.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셀트리온·종근당·큐라클·안지오랩·압타바이오 등이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준비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21년 3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에 대한 임상 3상을 마쳤다. 셀트리온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에 대한 임상 3상을 유럽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로선 출시 시기와 가격대를 정확하게 밝히기 어렵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의 (가격)특성을 고려할 때 오리지널 제품의 60~70% 선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을까라고 전망한다”라며 “약가가 나라마다 다른만큼 그런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렌 슐라이퍼 리제네론 CEO는 4분기 매출액과 관련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기금을 일시적으로 폐쇄한 것이 매출액이 기대보다 낮게 나온 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일리아가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브랜드 카테고리 점유율이 75%라는 점과 8mg 제제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난 점 등을 설명하며, 밝은 시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아일리아 8mg 제제는 바비모스에 대응하기 위해 투약 주기를 4주로 늘린 제품이다.
아일리아의 시장 영향력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는 아일리아의 2027년까지 예상 매출액을 52억 달러(6조4800억 원)로 봤다. 다만 바이오시밀러 영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일리아의 4분기 매출액 발표 후 리제네론 주가는 당일 오후 기준 7%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