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소유 청담동 고가 빌딩·천호동 오피스텔 등도 가압류 진행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학력 및 경력위조로 40대 초반에 건설회사 대표이사 반열에 오르며 약 9년 간 성공가도를 달리던 한재준 대우산업개발 대표이사에 대해 법원이 본안판결 나올 때까지 더 이상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또 가처분 사건과는 별개로 한재준이 공금 횡령 등을 통한 개인 부동산을 취득했을 가능성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세간에 알려져있지 않던 한 씨 소유의 청담동 고가 빌딩과 오피스텔 가압류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인천, 재판장 김진석 부장판사)은 지난 5일 대우산업개발이 한재준 대표이사를 상대로 낸 위법행위유지 가처분 항고심에서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대표이사로서의 행위에 준하는 법인인감, 법인카드 사용은 물론 계약관계 등의 일체의 행위를 제한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약 3개월 전인 지난해 10월 한 씨 측의 손을 들어준 1심의 결과가 뒤집힌 판단이어서 법조계에서는 더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 씨가 직접 회사 본부장들을 상대로 ‘회사 내부 결정으로 제가 9월 1일부로 사임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이후 한달 여 뒤인 9월 사외이사는 대표이사이자 사내이사인 한 씨의 대표이사 해임건을 안건으로 하는 이사회를 소집해 해임 결의를 했다.
한 씨는 스스로 사임 의사를 밝힌 이후인 9월 이후에도 줄곧 법인인감과 회사명의의 계좌 137개에 대해 비밀번호 변경을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 카페, 애플코리아 등에서 개인 목적으로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했다. 이뿐만 아니라 스스로 사임하겠다며 문자를 보냈음에도 자신의 해임을 결정한 이사회 결의의 효력정지를 구하는 가처분도 신청하는 등 언행불일치 행사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1심 당시 법원에서는 의사정족수 미충족 등 절차상의 하자가 있어 이를 무효료 볼 여지가 상당하다며 한 씨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최근 2심에서는 한 씨가 스스로 사임하겠다고 밝힌 점에 기반해 대표이사 직위를 상실한 게 맞다고 봤다. 또 한 씨의 행위는 위법행위에 해당해 회사의 정상적인 재무활동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며 사실상 대표이사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못 하게 한 것이다.
대우산업개발은 이와는 별도로 내부감사를 통해 한재준이 공금을 횡령해 개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에 부동산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 역시 공금횡령의 가능성을 받아들여 가압류를 진행 중이다. 한 씨는 용산구 한남동 한남리버힐 외에도 강남구 청담동 도산대로 한블럭 뒤에 있는 이면도로 접 부지 및 지하2층~지상4층 총 연면적 832㎡ 규모의 빌딩과 강동구 천호동에 자사가 지은 오피스텔 20층 한 호실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 씨의 비위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한 씨는 구미에 맞는 직원은 채용하고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직원은 내부적 절차도 없이 해임 또는 해고를 시도했다. 일례로 자신이 대표이사로 나가겠다고 밝히던 시점인 지난해 8월에는 내연관계의 여성 조 씨 뿐 아니라 내연녀 아버지의 이력서까지 직원 한 모 씨에게 송부하면서 채용을 지시했다. 또한 이사회에서 자신의 해임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인 10월에는 7명의 직원 이름을 각각 거론하며 해고하고 두 명의 채용을 결정하겠다는 공고문을 게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한 씨가 주장하는 임직원의 부당한 업무수행행위가 실제 있었다는 증거도 충분치 않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해임 또는 해고할만한 행위인지에 대한 자료도 충분치 않다”며 “해임 또는 해고는 한 씨가 개인의 지위와 이익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반대하거나 비협조적인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결국 업계에서는 한 씨가 거짓 스펙으로 쌓아온 제왕적 지위였던 만큼,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9년간 지켜온 명예(대표이사직)과 돈(재산) 모두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시지위를 결정하는 가처분은 심문을 열어 양 측 당사자들 얘기를 모두 듣고 판단하는 게 관례”라며 “설령 한 씨가 불복해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항고심 재판부는 결정이 뒤집히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1심 결정을 번복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산업개발은 2022년 기준 도급순위 83위로, 도로 철도 등 사회시설을 건설하는 토목사업과 아파트 브랜드 ‘이안’ 등을 보유하고 주택 및 건설사업, 해외종합건설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