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비대면 진료 토론회 주최
복지부, 의료 취약자·재진 우선 적용···"경증도 검토 중"
박 의원 "6월까지 제도화 힘들 것"···법안 발의 가능성도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시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논의 기한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국회에서도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그간 비대면 진료 관련 법안은 의료 취약계층의 재진으로 제한돼 보다 폭넓은 내용의 법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여당 의원들은 적용 범위 확대 논의는 물론 새로운 법안 발의 가능성도 내놨다.
10일 박수영·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원격의료산업협의회와 토론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입법을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6월까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내놓은 만큼 논의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기현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의원 9명이 참석하며 정부의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수영 의원은 축사에서 "비대면 진료의 논의는 2009년 시작됐지만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법제화가 되지 못했다"며 "윤석열 정부 5년 동안 적어도 글로벌 스탠다드는 따라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 노력은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걸쳐 모두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했지만 매번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다. 결국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유일하게 비대면 진료를 도입하지 못한 나라로 전락했다.
흐름을 바꾼 건 코로나19였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자 2020년 2월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그해 12월 감염병예방법 개정으로 심각 단계 이상의 감염병 위기 경보 발령 시 비대면 진단과 처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5월 윤 정부 출범 당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법제화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를 맡았던 박수영 의원은 닥터나우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강병원,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이어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11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모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들의 법안은 비대면 진료 허용 대상을 의료 취약계층과 만성질환자의 재진으로 국한해 환자 범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종성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해 "법안 발의 당시 반대 목소리를 담아 허용 대상을 보수적으로 좁게 잡았다"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위해 범위가 좀 더 넓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플랫폼 업계를 비롯해 의료계, 소비자계도 토론회 패널로 참여했다. 비대면 진료를 보편적인 서비스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원장은 "비대면 진료를 향한 우려는 크게 대형병원 쏠림 현상과 오진인데, 최근 2년간 비대면 진료는 의원급에서 가장 많이 시행됐고, 오진 사례도 없었다"며 "대한의사협회의 제안을 토대로 환자들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법제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을 대변한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비대면 진료는 의료 취약 계층은 물론 바쁜 직장인과 육아하는 맞벌이 부부 등에게도 큰 편리함을 줬다"며 "국민들이 이미 편리함을 경험했는데, 일부 환자, 특정 상황에만 허용한다면 과거로 돌아가라고 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곽 사무총장은 이어 "비대면 진료를 할지, 대면 진료할지 선택권을 소비자인 환자에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비대면 진료의 수요 계층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증상이 제일 많았고, 감기·몸살, 피부질환, 복통·소화불량 등 경증이 대부분이었다"며 "또 병의원에 갈 시간이 없어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한 환자 비중이 높아 굳이 초진을 배제하고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초진 위주의 비대면 진료는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환자들의 욕구를 충족해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방향은 달랐다. 이날 복지부는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기반으로 잠정 결정한 방향성을 발표했다.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도서·산간 지역 거주자, 감염병 환자, 만성질환자 등에 비대면 진료를 우선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비대면 진료 수요 비중이 높은 경증 환자는 배제됐다.
장태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 서기관은 "의료계와 만성질환자에 대한 이견이 없어 바로 적용 범주에 포함했다"며 "의료계와의 논의를 통해 경증의 범주를 정하고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확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아직도 상임위 논의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상임위 논의를 거쳐 법안 소위에서 복지부의 안을 검토해 최종안이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박수영 의원은 올 6월까지 제도화를 완료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법안 소위에서 현재 발의된 법안보다 적용 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내년 6월까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며 "향후 이종성 의원과 새로운 의료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