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분기 말 연체율 3.0%···고정이하여신 4조원 넘어서
손해 확정 추정손실 금액 9714억원···1년 새 12.7%↑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1년 넘게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저축은행의 대출 부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연체율이 상승세로 전환하면서 3%대로 올라선 데다 고정이하여신 규모 역시 4조원을 넘어서는 등 건전성 지표가 나날이 악화되는 모습이다.
9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3.0%를 기록하며 전분기(2.6%)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 역시 크게 증가하며 4조원을 넘어섰다.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고정이하분류여신은 4조1463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989억원)보다 25.7% 증가했다.
금융사는 대출의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분류한다. 고정이하여신은 이 중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합한 여신 규모로 회수가 어려운 부실채권을 뜻한다.
저축은행별로 살펴보면 고정이하여신 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OK저축은행으로 9839억원으로 집계됐다. SBI저축은행이 3247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웰컴저축은행 역시 3089억원으로 고정이하여신금액이 30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고정이하여신 중에서도 가장 낮은 단계로 분류돼 사실상 손해가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추정손실 규모도 늘었다. 지난해 3분기 말 추정손실로 분류된 금액은 총 97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618억원에서 12.7% 증가했다.
OK저축은행은 고정이하여신에 이어 추정손실여신 역시 1600억원으로 저축은행 중 가장 많은 금액을 기록했다. 뒤이어 ▲웰컴저축은행 1449억원 ▲SBI저축은행 969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598억원 ▲페퍼저축은행 427억원 순이었다. 자산 기준 상위 5개사인 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에 저축은행 전체 추정손실여신의 절반 이상인 5043억원이 몰려있었다.
저축은행 전반의 연체 규모가 증가한 데에는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영향이 가장 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1.00%였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리며 한 해동안 2.25%포인트 인상했다. 그 결과 저축은행의 대출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했으며 차주들이 감당해야 하는 이자 부담도 크게 늘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취급한 저축은행의 평균 대출금리는 15.9%로 집계됐다. 같은 해 1월 말 기준 평균 대출금리가 14.9%였던 것과 비교하면 1%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올해도 높은 물가 상승률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유력시된다는 점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3년 신년사에서 “국민 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동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동안 이어온 긴축 기조가 올해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상품 취급 기준 강화 및 연체채권 회수 노력을 통해 연체율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도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질 우려가 높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