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외부 업체에 의약품 주문 위탁···유통업계 “향후 온라인몰 발전 가능성” 우려
한미약품 ‘HMP몰’ 등 일부 온라인몰 운영···제약업계 “결국 온라인몰 검토해야”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K제약이 직거래 약국 의약품 주문을 최근 아웃소싱했다. 유통업계는 이같은 움직임을 결국 온라인몰로 가려는 취지로 분석한다. K제약 의도와 별도로 한 두 업체가 나서면 다른 제약사들도 따라서 진행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다. 반면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결국 온라인몰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제약은 직접 거래하는 약국의 의약품 주문 방법을 연초 변경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해당 약국을 담당하는 영업사원들이 접속시스템에 연결하거나 전화로 의약품 주문을 받았지만 올해부터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을 준 것이다. 기존 영업사원은 약국을 방문, 디테일 영업과 의약품 배송에 주력하고 대신 약국 주문을 외부에 위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K제약은 아웃소싱 부분은 직거래약국 주문 중 일반의약품에 한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의약품 유통업계는 K제약이 직거래약국과 일반약에 한정했지만 결국 약국 의약품 주문을 온라인몰로 추진하려는 움직임 일환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K제약이 당초 의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온라인주문 확대가 온라인몰로 발전하는 경우에는 의약품 유통업체 역할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K제약은 당장 외부 업체에 제공하는 수수료 등 아웃소싱에 따른 예산 부담이 있는 반면 사내 인력 활용에 있어 여유가 생겼을 것”이라며 “결국 회사가 장래를 내다보고 진행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온라인몰을 구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유통업계와 분쟁을 감안, 적극적 움직임을 유보하지만 한 두 업체가 진행하면 다른 제약사들로 확산되는 경우가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라며 “거래하는 약국으로부터 주문 받아 의약품을 배송하는 것이 유통업체 역할인데 향후 전체 약국과 전체 의약품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미약품 관계사 온라인팜은 지난 2012년부터 온라인몰 ‘HMP몰’을 운영하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한 약사는 일반약은 물론 전문의약품을 HMP몰에서 구매한다. 한미약품 제품인 경우 온라인팜이 배송하고 다른 제약사 제품은 약사가 선택한 유통업체가 배송을 담당한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HMP몰에 170여개 유통업체가 입점한 상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은 의약품을 주문하는 약사들에게 편리한 선택이 될 수 있지만 유통업체에게는 존재 자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중소제약사 중에서는 일반약 유통을 온라인몰에 위탁했거나 검토하는 업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약사가 제약사나 유통업체에 의약품을 주문하는 방식은 전산시스템이 연결된 사이트를 통하거나 전화, 팩스, 카카오톡 등 다양한 편이다. 활용 빈도가 비교적 높은 사이트를 통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거래 형태에 따라 4-5개 사이트를 오가며 주문하는 상황도 있다. 약사 입장에서는 온라인몰이 편리한 도구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반면 제약업계는 유통업계와 달리 결국 온라인몰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HMP몰 사례를 보더라도 실제 배송은 유통업체가 진행한다”며 “제약사의 주문시스템 아웃소싱에 유통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업에 이어 의약품 주문이 아웃소싱될 경우에는 제약사 근무 인력이 단계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주문까지 외부에 위탁을 주거나 온라인몰로 대체하면 제약사 경영진이 인력 감축 근거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K제약 사례로 인해 온라인몰에 대한 관심이 늘어 향후 논의 진행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유통업계는 반대 목소리가 제기되지만 반대로 온라인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몰 필요 여부에 대해선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제약업계와 우통업계가 이제는 공식적으로 논의의 장을 열어 결론을 도출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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