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률 당초 40% 전망···규제 완화 이후 80% 기대
중도금 대출·실거주 의무 완화에 계약 문의 늘어
분양가 통제 벗어나···조합·건설사 속속 분양 계획 수립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청약 규제를 대거 완화면서 분양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분양 바로미터’로 꼽히는 둔촌주공 등 대규모 미분양이 우려됐던 단지들의 계약률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건설사와 조합들도 신규 분양 계획 수립을 서두르는 등 발 빠른 변화가 감지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양평동 양평12구역을 재개발한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다음 달 일반분양을 확정했다. 삼성물산이 짓는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사업지 ‘래미안라그란데’도 3월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이 밖에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자이’(이문3구역 재개발)과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메디알레’(대조1구역 재개발) 등도 입주자 모집 준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건설사들은 분양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각종 규제와 금리 인상, 집값 하락 등의 여파로 미분양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청약 불패’로 꼽히던 서울에서도 분양을 연기하는 사업장이 속출했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규제 탓에 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분을 분양가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분양을 어렵게 한 요인이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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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건 분양 시장에 대한 규제가 대거 완화되면서다. 국토교통부는 5일부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21개구를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강남3구·용산을 제외한 전국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배제되고 HUG의 분양가 심사도 받지 않게 됐다. 건설사 또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조합 마음대로 분양가 책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원자잿값 상승으로 시공사와 공사비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조합들이 규제 완화로 분양가를 올려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공사비 협의를 재개하고 일반 분양에 나서는 사업장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 발표 이후 분양시장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분위기가 살아났다는 점도 기대감이 커진 요인이다. 둔촌주공은 지난달 분양에서 평균 3.7 대 1의 청약률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해 계약률 전망도 어두웠다. 당초 업계에선 초기 계약률을 40%대로 점쳤다. 하지만 규제 완화 이후 계약을 망설이던 당첨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실계약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17일까지 지정계약기간 내 계약률이 70∼80%까지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같은 시기에 분양한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 레디언트’ 역시 계약률이 10%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 말 광명시에서 분양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도 이달 15∼18일 당첨자 계약을 앞두고 계약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규제이역 해제로 전매 제한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고 실거주 의무 없이 바로 전세를 놓을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했던 평형은 대출이 가능해지는 등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되면서 계약을 고민하던 당첨자들도 마음을 돌리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규제지역 완화에 따른 효과를 분석하고 사업계획 수립·변경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금리와 시장 경색 등이 분양 일정 결정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며 “규제 완화로 계약률은 물론 기존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해소되느냐가 사업계획 수립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분기 추이에 따라 보다 명확한 사업추진 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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