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LG전자 등 컨센서스 대비 부진한 실적 발표
아직 실적 발표하지 않은 종목 중에서도 영업익 급감 전망 다수
향후 실적 반등 가능성 반영한 보고서 다수 발간 돼 눈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종목에 한해 역발상 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증권사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미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실적 저하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POSCO홀딩스, LG생활건강, 현대제철 등이 거론된다. 실적 우려가 주가에 선반영된 데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실적이 다시 증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에 관한 보고서를 내고 올해 1분기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역발상 투자 기회라고 분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6조원대 영업이익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삼성전자를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는 증권사들의 보고서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DB금융투자의 경우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번 반도체 하락 사이클에서 삼성전자도 여유롭지 못하게 됐다”면서도 “그 어느 시절보다 강도 높은 공급 조절로 반도체 업황 반등은 더 가파를 것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매수를 추천한다”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은 대체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반도체 업황을 6개월가량 선행한다는 점, 실적 저하에 따른 CAPEX(자본적지출) 감소 가능성에 공급 긴장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 중화권 모바일 수요 회복과 재고 소진 하향 가능성이 주가에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미 악재가 선반영된 상태에서 긍정적인 재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표=정승아 디자이너.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다른 상장사 종목들에서도 역발상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1.2% 감소한 LG전자에 대해선 ‘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SK증권은 해당 제목을 통해 “4분기 실적 부진은 오히려 바닥에 대한 확신이 생길 수 있는 계기”라며 “점차 개선되는 실적에 초점을 맞춘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역시 이날 LG전자에 대해 ‘반등 시점이 도래’했다고 내다봤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박강호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가전 부문의 성수기 진입과 물류비용이 전년 대비 감소할 가능성으로 영업이익률은 개선될 것”이라며 “TV 부문도 재고 조정으로 흑자 전환 등 단기적 이익모멘텀이 주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이 점쳐지는 POSCO홀딩스, LG생활건강, SKC, 현대제철 등에도 실적 반등을 전망하는 증권사 시각들이 나와 주목된다. 우선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 POSCO홀딩스의 영업이익은 1890억원으로 기존 추정치 5800억원 대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 수준으로 가파른 회복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POSCO홀딩스를 업종 내 톱픽으로 꼽으며 ‘매수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은 이날 LG생활건강의 반등 가능성을 짚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메리츠증권은 LG생활건강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9% 감소한 1448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최악은 지났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 활동 재개에 올해 실적 회복과 모멘텀 강화가 모두 유효하다며 매수 접근을 추천했다.

올해 4분기 실적 부진 가능성이 점쳐지는 현대제철 역시 바닥론이 흘러나와 눈길을 끈다. 키움증권은 현대제철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99.4% 줄어든 47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인 1854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그러나 키움증권은 지난해 4분기가 확실한 바닥이라며 “중국 철강 가격의 상승세가 본격화된다면 현재 과도한 저평가 상태인 현대제철 주가도 가파른 반등이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바닥론에도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실적 반등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경기 침체가 더욱 깊어질 경우 실적 기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된다”며 “업종마다, 종목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실적 개선의 여지와 밸류에이션에 대해 보다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