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거래일 만에 반토막에 가까운 하락률
천연가스 유럽의 따뜻한 겨울 탓 큰 폭 하락
공급과 수요 불확실성 여전해 높은 변동성 유의 목소리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천연가스 수요가 높아지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시장 예상과는 반대의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레버리지 ETN(상장지수증권)의 경우 새해 들어 40%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예년보다 온화한 유럽 날씨가 천연가스 가격을 끌어내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6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천연가스 선물 가격 상승에 수익률이 두 배 연동되는 한국투자증권의 ‘TRUE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H)’은 올 들어 이날까지 -39.7% 수익률을 기록했다. 새해 들어 5거래일만에 40%에 가까운 하락률을 기록한 것이다.

다른 천연가스 ETN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KB증권의 ‘KB 블룸버그 레버리지 천연가스선물 ETN(H)’, 하나증권의 ‘하나 블룸버그 2X 천연가스 선물 ETN(H)’ 등 10곳의 천연가스 레버리지 ETN 역시 -40%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천연가스 ETN도 -20% 수익률로 수익률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천연가스 급락에 따른 결과다. 5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 거래 천연가스 선물의 MMBtu당 가격은 3.72달러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기 전인 지난해 1월 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말 4.48달러와 비교하면 16.9% 하락했고 지난해 8월 기록된 종가 기준 최고가인 9.336달러 대비로는 60% 하락한 수치다.

MMBTU 당 USD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MMBTU 당 USD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지난해만 하더라도 천연가스 가격 반등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고 올 겨울 추위에 예상보다 높은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었다. 나아가 유럽국가들이 천연가스 재고 확보에 나섰다고 하더라도 소비 이후 비축해야 하는 상황이 다시 돌아오는 만큼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었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예견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0명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천연가스 가격이 올해 상반기 MMBtu당 6.3달러 수준에 형성될 것으로 봤다. 아직 올해 상반기가 끝나진 않았지만 3달러대까지 떨어진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다.  

천연가스 가격의 급락은 유럽의 이상 기후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4일 보도를 통해 올겨울 북반구에서 이상 고온현상이 나타나 난방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감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스위스 서북부 쥐라자치주에서는 지난 1일 기온이 20도를 넘어 1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폴란드 바르샤바는 18.9도, 체코 자보르니크는 19.6도, 스페인 빌바오는 25.1도까지 치솟으면서 겨울 같지 않은 날씨를 보였다.

다만 여전히 천연가스 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반등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존재한다. 러시아의 경우 여전히 유럽으로 가는 밸브를 잠그고 있고 미국에서는 한파와 폭설로 생산 시설이 얼어붙으면서 천연가스 생산량이 최근 10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내년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재고 비축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가격 반등의 근거로 제시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급과 수요에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커진 상황”이라며 “유럽의 따뜻한 겨울을 예상하지 못했듯이 앞으로 경기 침체, 국제 정세 등 다양한 변수가 있는 만큼 투자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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