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 불발 후 FDA 도전···"기준 달라 승인 기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美 진출로 흑자전환 도전
5개사 경쟁 치열 ···"후발주자 단가 맞추기 힘들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상용화 일정이 더 지연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목표했던 승인 신청을 올 상반기로 연기하면서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허가당국과 수차례 사전미팅을 가지며 공을 들이고 있다. 다만 앞서 유럽 허가당국 심사에서 동등성 입증에 실패한 바 있어 승인 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네 번째 사전미팅을 마쳤다. 프레스티지바이오가 개발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HD201'의 품목허가신청서(BLA)의 구체적인 양식 및 내용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 7년째 상용화 제품 無···HD201 글로벌 진출 '올인'
앞서 2019년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유럽의약품청(EMA)에 HD201의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3년 만에 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부정적 의견'을 받은 후 허가신청을 자진철회한 바 있다. 동등성 분석 46개 중 6개 분석에서 EMA 평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임상 도중 공정을 변경했는데, EMA는 임상시험용 배치와 상용화 배치의 품질이 동등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미국 FDA로 눈을 돌린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최근 BLA 신청 전 마지막 미팅을 통해 최종 점검을 마무리하고, FDA에 올 상반기 중 BLA를 제출한다는 설명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 관계자는 "EMA 경우 임상배치 기준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FDA는 상용화 배치를 기준으로 동등성 검증으로 하도록 사전협의를 했다"며 "EMA 와 이견이 있었던 6가지 분석은 관련 시험법의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가 이토록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설립 7년째 수익을 낼 수 있는 상용화 제품이 없어서다. 지난 2021년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V' 생산 사업도 추진이 중단됐고, 2021년 말 충북 오송에 건립한 대규모 백신 공장도 현재까지 가동하지 않고 있다.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스티지바이오는 현재 파이프라인 중 유일하게 개발이 완료된 HD201의 글로벌 진출로 흑자전환을 꾀할 수밖에 없다.
◇ '레드오션' 된 美 허셉틴 시밀러 시장···"후발주자 프레스티지, 단가 못 맞출 것"
그러나 업계 전망은 밝지 않다. 통상 FDA 심사는 EMA보다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EMA 심사 결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는 동등성 입증이 핵심인데, 6가지나 어긋났다면 FDA도 더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며 "EMA는 품목허가 심사에 1년 정도 소요되는데, 프레스티지는 3년 넘게 걸렸다는 점도 데이터상의 문제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FDA로부터 품목허가 승인을 받더라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미국 시장에 진출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는 암젠(칸진티), 화이자(트라지메라), 마일란(오기브리), 삼성바이오에피스(온트루잔트), 셀트리온(허쥬마) 등 5개다. 암젠의 칸진티가 이미 오리지널 의약품인 허셉틴의 시장점유율을 뛰어넘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레드오션이 된 허셉틴 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20년 미국 시장에 진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의 시장점유율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의 미국 시장점유율은 4.3%를 기록했고, 셀트리온의 '허쥬마'는 1%대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의 시각도 회의적이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의 무기는 가격 경쟁력인데, 프레스티지바이오는 후발주자인 데다 비교적 규모가 작아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평가에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허셉틴처럼 검증된 블록버스터의 바이오시밀러는 결국 품질보다는 가격 경쟁력과 안전성이 관건"이라며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처럼 규모가 큰 기업이 경쟁력 있는 단가를 맞출 수 있을텐데, 프레스티지바이오는 현실적으로 전망이 밝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또 "미국 시장에서의 경험도 중요한데, 허셉틴 시밀러가 첫 시장 진출인 프레스티지바이오는 처방률도 저조할 수밖에 없다"며 "현지 마케팅 협력에도 쉽지 않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