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자동 상환 날짜 변경하자 돈 이체 안돼
사태 파악도 못했다가 고객 항의하자 인지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한 시중은행 고객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으로 대출 상환 일정을 변경한 이후 계좌 잔액이 충분한데도 돈이 빠져나가지 않아 연체자가 될 뻔한 일이 발생했다. 특히 이번 사례는 고객이 항의하자 그제서야 은행이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한 경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A은행에서 원금분활상환을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채무자는 은행 앱으로 자동 상환 일정을 지난해 11월에 매달 30일에서 매달 말일로 변경한 후 이체 오류를 인지했다. 돈이 예정대로 상환되지 않았다. 작년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은 휴일이라 2일 계좌에서 금액이 자동으로 빠져나가야 했는데 계좌에 잔액이 충분했지만 이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고객은 문제를 발견하고 은행에 문의했다. 은행은 앱으로 대출 상환 일정을 재조정하면 프로그램 오류로 날짜 계산이 잘못된 것을 알게됐다. 이후 은행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 경우를 찾아내기 위해 전체 고객 계좌를 조사했고, 추가로 한 건을 더 발견했다. 총 두 명의 이용자가 의도치 않게 연체자가 될 뻔한 셈이다.
자칫 신용점수가 크게 하락할 수 있는 문제를 은행이 미리 잡아내지 못했단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이번 사례는 문제 발생 후 하루 만에 채무자가 연락해 큰 문제가 발생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 계속 연체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연체가 된 지 5일 후면 연체 정보가 신용정보회사에 등록된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 데도 신용정보회사로부터 돈을 갚으라는 독촉 연락을 받을 수도 있었던 일인 셈이다.
또 피해자 더 늘어났을 수 있었단 지적도 제기된다. 문의가 늦게 이뤄졌을 경우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기간 동안 대출 상환일을 매달 말일로 변경한 채무자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의 앱은 출시된 직후 오류가 지속해 발생했다. 당시 출시 기념 이벤트 관련 문의도 늘어나면서 민원 전화도 급증했다. 평소엔 30~40건의 대기 콜이 발생했지만 앱 출시 후엔 하루에 200콜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상환 같은 중요한 문제는 앱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에서 더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다"라며 “하지만 고객 전화가 오기 전까지 해당 은행은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해당 은행 측은 대출 자동상환 일정을 매달 말일로 정할 경우 오류가 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매달 말일은 28일, 29일, 30일, 31일 등 계속 바뀌기 때문에 출금이 제대로 안될 가능성이 더 크단 설명이다. 또 문의를 받은 후 전수조사 결과 추가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고 후속 조치도 모두 완료했다는 입장이다.
A은행 관계자는 “불편을 겪은 고객을 대상으로는 연체 수수료를 모두 무효로 하는 등 관련 조치를 끝냈다”라며 “향후 고객들이 앱 오류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