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카드 90일 커버리지 100% 하회···“단기사채 발행 증가 영향”
금리 인상·채권 시장 경색 등 자금조달 여건 악화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사들의 유동성 지표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원화유동성 비율 하락 속도가 빨라진 데다 일부 카드사의 경우 스트레스 상황시 유동성 대응 능력을 나타내는 90일 커버리지가 100%를 밑돌았다.
4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352.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516.7%) 대비 164%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원화유동성 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에 대해 금융사가 지급할 수 있는 원화 자산의 보유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여전사의 조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오는 3월 말까지 여전사의 원화유동성 비율 규제를 기존 100%에서 90%로 하향한 바 있다. 현재 카드사들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모두 200%를 상회해 규제 비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지만 하락폭이 커졌단 점이 우려된다. 지난해 1분기 말 당시 7개 카드사의 원화유동성 비율은 400.1%로 전년 동기(421.1%) 대비 21%포인트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사이 하락폭이 8배가량 확대된 셈이다.
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 대비 즉시 가용 유동성 비율을 나타내는 90일커버리지도 하락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7개 카드사의 90일 커버리지는 155.4%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2.8%에서 27.4%포인트 하락했다. 90일 커버리지는 자산의 급격한 부실화 또는 정상적 영업활동 중단 등 영업자산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즉시 가용 유동성만으로 90일 이내 만기도래 차입부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수치다.
하나카드의 경우 90일 커버리지가 카드사 중 유일하게 100%를 하회하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자금 대비 더 많다는 의미로 스트레스 상황 시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삼성카드는 339.6%로 카드사 중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2021년 9월(699.2%) 대비 51.4% 급락하면서 카드사 중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채영서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하나카드는 영업자산 다변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 잔존 만기 매칭을 위해 단기사채 발행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며 90일 커버리지 지표가 100%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유동성 지표가 하락한 이유는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탓이다.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카드론·현금서비스와 같은 대출 사업과 가맹점 대금 지급 등을 위한 운영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다. 그러나 기준금리 인상으로 여전채 금리가 급등한 데다 회사채 수요도 위축되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커졌고 그 결과 유동성 지표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용등급 AA+ 3년물 여전채 발행금리는 5.41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초(2.420%)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성 지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