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부터 시범판매 시작, 5월부터 본격 판매 돌입···인증중고차·정보포털·가상 전시장 통해 레몬마켓 불만 해소
전기차·신차 시장에도 영향 클 듯···점유율 제한으로 당장엔 큰 변화 기대는 어려워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중고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그동안 중고차 시장은 대표적인 ‘레몬마켓(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어려운 시장)’으로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가 컸으나, 올해 현대차그룹 진출로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부터 중고차 시범 사업을 시작하고, 오는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권고안을 통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는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매월 5000대 내에서 시범 판매 할 것을 지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직접 차량을 검수하고 보증하는 인증 중고차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5년·10만㎞ 내 자사 브랜드 차량을 대상으로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한다. 성능·상태 검사를 기반으로 차량 가치를 평가해 판매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증 중고차 전용 허브 기지를 마련하고 정비와 상품화 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장소는 경상남도 양산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경기도 인천과 수원 등에서 거래센터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중고차 시장이 품질, 가격, 허위 매물 등으로 논란이 컸던 만큼 소비자들에게 객관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집중할 방침이다.
우선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해 중고차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한 후 종합해서 보여주는 ‘중고차 통합정보 포털(가칭 중고차 연구소)’을 구축한다. 자사 고객 뿐 아니라, 타사 고객과 중고차 매매 종사자 등 중고차 업계 모두에게 정보를 공개해 독점 문제를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중고차 통합 정보 포털에선 중고차 성능, 상태, 적정가격, 가치 지수, 실거래 통계, 시세 추이, 판매 순위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중고차 가치지수, 실거래 대수 통계, 모델별 시세 추이, 판매 순위 등 시장 지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온라인 가상 전시장을 운영해 상품검색 및 비교, 견적과 계약, 배송에 이르기까지 구입 전 과정을 진행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진출에 대해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 2021년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56.1%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16.3%에 불과했다.
그동안 중고차 구매 과정에서 허위매물, 불투명한 가격 산정, 사고 이력 조작 등으로 불만이 컸던 소비자들이 대기업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을 통해 구매 피로감을 덜 수 있다는 기대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중고차 뿐 아니라 전기차·신차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전기차 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배터리 잔여수명과 안정성 등을 검사한 뒤 최저 성능기준을 만족하는 차량만 판매하기로 했다. 내연기관과 별도로 전기차만의 품질 검사 및 인증체계를 개발하고 중고 전기차에 대한 가치 산정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되고, 신차판매 증가로까지 이어져 전체 전기차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중고차를 매각하고 신차를 구매할 경우 보상판매 프로그램을 통해 할인을 제공해 편의성을 개선하며 중고차와 신차 시장을 자연스럽게 연동하도록 만들 방침이다.
다만 당장에는 시장 규제 정책으로 인해 혁신적인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기부는 권고안을 통해 올해 5월1일부터 1년간 현대차는 전체 중고차의 2.9%, 기아는 2.1%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2024년 5월 1일부터 1년간은 현대차 4.1%, 기아 2.9%로 제한한다. 2025년까지는 전체 중고차 시장의 7% 수준밖에 확대하지 못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는 점유율 제한으로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당장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현대차 인증 중고차를 이용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입소문을 타고 번진다면, 중고차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